‘반도체강국 코리아.’ 반도체는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 자존심 산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반도체 수요의 10%를 책임지는 세계 3위 생산국이며, 특히 D램이나 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는 세계 최강의 위치에 올라 있다.
반도체산업은 불과 20년 사이에 한국 전체 수출비중의 11%, GDP 비중 5%, 관련업체 300개, 고용인력 9만명, 생산규모 352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전망은 더 좋다. 특히 수출은 타 산업의 부진을 만회할 만큼 급신장하고 있다. 8월 말까지 작년 대비 14.2% 성장했고 이후 더 빠르게 늘고 있어, 연속 4년간 두 자릿수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다.
우리 반도체산업을 이끌어가는 기관차인 삼성반도체와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영실적도 최고 호조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상반기 매출은 8조7500억원으로 작년 대비 1.2% 늘었고, 하이닉스반도체는 업계 최고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매출도 3조1160억원으로서 작년 대비 24% 확대됐다. 그리고 두 회사 모두 하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반도체는 불과 20년 사이에 한국 수출의 11%를 차지하며 국가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한국의 자부심 산업”이라며 “2015년 760억달러 규모의 수출을 담당할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 수출 품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반도체에 쏟아붓는 열정은, 한국 반도체호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또 부침이 심한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방심은 금물이다. 이제는 기술 리더십, 시장 리더십을 바탕으로 좀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는 우리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그리고 수출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원천이다. 19세기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20세기 대한민국은 디지털산업의 쌀인 반도체 수출을 통해 제2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하이닉스반도체는 총 매출의 95%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달성하는 효자 수출기업이다. 수출에 힘입어 하이닉스의 위상은 어느새 세계 메모리업계 2위, 국내시가총액 6위의 고지에 올라섰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미국·유럽·일본에서 가혹하게 매긴 상계관세는 수출기업 하이닉스의 숨통을 또다시 죄는 듯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이를 극복하고자 한·미·중 3개국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대만 프로모스와 제휴를 실시하는 등 전략적 수출정책을 실시하며 상계관세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계관세가 미치지 않는 BRICs를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과감한 수출 전략도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4년부터 하이닉스의 수출액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특히 2004년에는 전년도 수출부문 매출 2조9000억원에서 무려 73% 상승한 4조90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도 상승세는 그치지 않아 하이닉스는 전년대비 12% 이상의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한 조사기관은 세계 반도체 업계 7위로 올라서며 전 분기 대비 17.1%의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한 하이닉스반도체의 최근 위상을 설명하면서 ‘하이닉스 빛나다(Hynix shines)’라는 제목을 달만큼 하이닉스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무엇보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하이닉스가 집중 공략하던 시장이다. 1999년 당시만 해도 고작 세계 반도체 매출의 5%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었으나, 지난해 반도체 시장규모는 무려 410억달러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이닉스는 2005년 중국 D램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며, 명실상부한 시장 1위로 군림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하이닉스는 ST마이크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오는 10월 10일 하이닉스-ST반도체 유한공사의 역사적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인터뷰-우의제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개척자 정신으로 뛰어든 신흥시장이 하이닉스의 블루오션이 돼 주었습니다.”
우의제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D램시장 호황 등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안정적인 매출·수출 구조를 갖기 위해 항상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세계 반도체역사에 유례 없는 안정적 수율과 낮은 제조원가다. 여기에 최근에는 R&D·설비투자까지 가미되면서 최강의 사업구조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노크도 계속하고 있다.
우 사장은 “하이닉스는 신흥시장 개척의 일환으로 인도와 모스코바에 사무소를 열었으며,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폭넓은 수요에 맞추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해외고객들의 요구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해외고객의 수요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글로벌 통합계획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생산 초기 단계부터 해외시장의 요구를 네트워크를 통해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고객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품목을 조절하고 있다.
우 사장은 “하이닉스는 지금 세계화 전략을 통해 한 단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전문회사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90년대 첨단 D램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로 올라서면서 해외시장 창출로 한국 수출산업과 경제의 질적 성장 변화를 이끌어 냈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300㎜ 투자와 최첨단 나노기술로 업계에서 1년 이상 앞서 나가고 있다. 이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유지함으로써 수출시장에서도 부동의 1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사실 삼성전자에는 별도의 반도체 수출 전략이 필요치 않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그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애플과 협력해 MP3 시장에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몫을 뺏은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올 하반기 게임기와 모바일 폰 등의 신규 수요 확대에 대응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의 성수기인 하반기에도 앞선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의 지위를 확고히 해 나간다는 것. 삼성전자가 80나노D램 양산 및 수율 향상을 서두르는 것도 시장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올해 D램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빠듯하고, 그 상황이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심화되면서 삼성전자에게는 호기가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최근 올해 3분기 이후 내년까지 업체별 과잉 재고가 없어지는 수준으로 가는 공급 부족 및 수요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등 업계에서는 D램의 ‘슈퍼 호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올 하반기 새롭게 늘어날 게임기와 휴대폰에 들어가는 그래픽 DDR와 모바일 D램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게임기 시장은 하반기 마케팅 티깃의 핵심으로 선정했다.
또 세계 최초 퓨전 메모리, 원낸드 응용처 확대 등을 통해 ‘모바일 응용 → 디지털 컨슈머’로 확산할 예정으로 2008년 1조원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삼성전자 반도체는 이제 반도체 단품 수출에 머물지 않고,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집적한 솔루션 수출로 시장 지배력을 넓혀나갈 것입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이제는 반도체 회사가 반도체만을 공급해서는 고객만족에 한계가 있다”며 “제품공급자가 아닌 토털솔루션 공급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신시장 창출은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삼성전자의 대표 반도체가 된 낸드플래시 사업은 고객들의 편의성을 위해 시스템 운용 소프트웨어까지 동시에 공급했던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애당초 낸드플래시가 노어플래시를 대체할 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지금처럼 낸드플래시가 휴대폰의 핵심 솔루션이 되기 어려웠다.
최근 모바일 기기의 복합화, 다양화 추세는 고속 대용량 데이터 처리 가능한 메모리 요구 증가(멀티미디어 기능 지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메모리 세계 1위 확고화를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황 사장은 “반도체는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10년 이상 국가 1위의 수출품목”이라며 “새로이 등장하는 퓨전테크놀로지(FT)시대도 반도체 기술과 융합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