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4주년(4)]대기업 전략-가전

 독일 베를린 베딩지역에 위치한 미디어마트 가전 매장. 삼성·LG·대우 등 국내 브랜드 제품들이 TV 진열대 중앙을 장식하고 있다. 매장 점유율로도 삼성 제품이 50%에 달하고 있다. 유럽의 강호인 필립스를 제치고 선발회사로 나선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12월부터 독일 전체 LCD·PDP TV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고, 필립스의 본고장인 네덜란드에서조차 1위 고지를 탈환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가전강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유럽지역총괄이 설립된 2004년 이후 유럽에서 연 평균 47%씩 성장하는가 하면,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유럽 매출이 매년 25% 신장하는 등 해외에서 성공가도를 그리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를 주도하고, 지역별 특화전략을 앞세운 현지 맞춤형 제품 라인업, 문화·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높은 해외 장벽을 넘은 것이다. 이와 함께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물류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해 현지 생산체계를 가속화한 것도 가전 수출의 첨병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수출 주력품목을 LCD·PDP 등 평판TV로 바꾼 것은 프리미엄 전략의 대표적인 예다. 생활가전에서도 TV디오스·프렌치 디오스·지펠콰트로 등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전기오븐레인지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고가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단적으로 LG전자는 지난 연말 가전 종주국인 미국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선포하며 15㎏ 트롬세탁기를 최고가인 1600달러에, 양문형 냉장고는 2199달러에, 15인치 LCD TV가 장착된 TV디오스를 업계 최고 수준인 3499달러에 출시하기도 했다. 대우일렉은 아시아 각 지역 여건에 맞게 자물쇠 냉장고, 블루TV, 코란TV, 바람탈수 세탁기 등 지역 특화 제품을 출시해 성장 동력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경쟁력 및 실시간 공급을 위해 현지 생산기지와 물류체계가 수출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LG전자가 가전업계 처음으로 러시아에 가전공장을 준공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도 헝가리 공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만평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슬로바키아 갈란타에 물류센터를 구축, 유럽 20개국 2일 배송체제를 실현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부문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올 상반기 미국과 구주 LCD TV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PDP, 프로젝션 TV 신제품 출시 이후 최대 TV 수요처인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출시한 LCD TV ‘보르도’ 시리즈는 미국 PC월드가 선정한 100대 제품에 선정되는 등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성수기인 하반기에 판매 확대를 위해 차별화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형 유통과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마케팅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략적 공략지인 미국시장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평판TV에 대한 계절적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에 들어선 이후 풀HD LCD TV로 본격적인 고해상도화가 진행되고 있어 보르도 TV의 뒤를 이을 신모델 모젤TV를 내세워 LCD TV 판매 600만대를 달성하고, 50인치 PDP TV의 판매 증대에 역점을 둬 올해 평판TV 선두를 유지할 방침이다.

 ‘보르도TV’는 올해 들어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LCD TV 히트모델에서 상위 5개 모델이 삼성전자 TV제품이 휩쓸었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구주총괄은 지난 2004년 135억달러, 지난해 171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20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올 신제품 중 은나노 세탁기가 독일 등 드럼세탁기 최대 시장인 유럽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입지를 확대하면서 판매 확대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같은 수요를 계속 확대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또 북미, 일본, 구주 등의 대체수요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를 겨냥한 대형화와 고급화된 프리미엄 제품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최근 중국, 인도, 동유럽/CIS 등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데 맞춰 제품과 시장을 함께 개발 육성하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가전부문

 LG전자(대표 김쌍수)는 철저한 프리미엄 전략과 현지밀착형 경영전략으로 ‘글로벌 LG’를 실현해 가고 있다.

 개인영상저장장치(PVR)를 장착한 타임머신TV로 유럽지역 평판TV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고, 북미시장도 2003년 말 브랜드 론칭 이후 1년 6개월 만에 PDP TV 2∼3위, LCD TV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생활가전에서도 인도와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월풀·GE·일렉트로룩스 등 세계 가전기업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제까지 다져온 기반과 차별화된 신제품 라인업으로 고성장 기업(Fast-growing company)에서 시장 선도기업(Market-leading company)으로 도약할 방침이다. 타임머신 기능은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의 최전방에 서 있다. 이미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PDP TV를 대거 설치, 공항 마케팅을 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이달 폴란드 므와바 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2007년 유럽 플랫TV 시장 1위 전략도 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주지역 유통 전략도 강화해 하이엔드 AV 전문점, 메이저 양판점을 중심으로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북미 디지털TV 전진기지인 멕시코 레이노사 생산법인을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거래처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생활가전 역시 △지역 적합형 프리미엄 제품 리더십 확보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전략 유통의 주요 공급기지화 등 3대 전략으로 해외 수출에 드라이브를 건다. 북미시장에 출시한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전기오븐레인지 등 5개 제품군은 최고가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정도다. 아울러 시스템 에어컨과 빌트인 사업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가전부문

 대우일렉트로닉스(대표 이승창)는 2002년 새로운 CI 발표와 함께 세계 해외법인을 4대권역 18개 법인(9개 생산법인, 9개 판매법인)으로 재정비한 이후 전체 법인이 흑자를 기록하는 등 ‘Daewoo Electronics’의 명성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매년 25%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우일렉은 기존 독일법인(DEG)을 유럽 사업단 중심 거점(DEE)으로 정하고 생산법인 3개(영국, 폴란드, 스페인)와 판매법인 2개(영국, 폴란드), 국가별 지사 및 지점을 새로 편성해 ‘유럽통합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디지털 제품 라인업 확대 △유통채널 확대 △물류체계 단순화 △홍보·마케팅 강화라는 주요 전략 아래 글로버스, EP 등 대형 유통업체와 공동 마케팅도 진행중이다.

 북미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디지털 프리미엄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판매유통 구조를 베스트바이, 타겟 등 전자전문점 위주로 변경한다. 이 일환으로 PDP, LCD TV 수출 라인업을 50% 이상 높이고 피자 전자레인지, 토스트 전자레인지등 북미향 제품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제품군을 확대해 디지털가전 매출을 7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러시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신장한 대우일렉은 프리미엄 디지털 영상가전 신제품을 출시하고, 중산층 이상을 겨냥해 현지 특화 디자인의 브랜드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30% 이상 매출을 늘려 잡고 있다. ‘대우지디털(DAEWOO Digital)’ 브랜드로 중국에 42인치 PDP TV 100대를 공급한 대우일렉은 중국 메이커와 기술제휴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 직접 PDP TV를 공급, 가격과 납기 등 제품 경쟁력을 키워가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