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의 국내 소프트웨어 역사 속에서 ‘매출 100억원대 벽’은 업체들의 심리적 저항선이다. 국내 시장 구조상 국내 소프트웨어 한 분야에서 아무리 잘해 봐야 100억원대를 넘어서기 힘든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한 분야의 시장 규모도 크지 않을 뿐더러 여러 업체가 한 시장에서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저가 경쟁으로 이어지고 시장이 늘어나지만 매출은 크게 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업체가 매출 50억원을 넘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미만의 기업은 10억원대 매출을 겨우 넘기는 곳이 대부분이며 5∼6년 사업으로 어느 정도 안정기에 돌입해도 매출 50억∼60억원대에서 안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일단 매출 100억원대 초과 달성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면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매출 100억원 달성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매출 100억원대는 우선 성장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가 있다. 경쟁업체와 컴퓨팅 환경 변화에 따라 차기 제품 개발에 사용할 연구개발(R&D) 비용도 마련할 수 있고, 사업 다각화도 준비할 수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초기에 가장 좋은 제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차기 버전 개발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매출이 적으니 투자비를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워 차기 버전 개발에 소홀하게 되고 결국은 다른 업체에 윈백당하는 사례까지도 나오고 있다.
김종호 영림원소프트랩 전무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료와 컨설팅만으로 100억원을 넘는 것은 또 한번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면서 “제품 개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 수 있는 것도 투자 여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100억 클럽 진입은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릴 수 있는 기반을 가져다줄 수 있다. 애당초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고객 사이트를 확보해야 하며, 100억원 매출을 기록할 정도가 되면 다양한 템플릿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일정정도의 마케팅 비용 등이 충당돼야 하는데 100억원대 미만의 매출을 갖고서는 제대로 된 투자도 이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적어도 100억원대를 넘어서게 되면 해외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 “한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질 때만이 100억원대 매출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이른바 100억 클럽에 진입할 업체도 늘고 있다. 위세아이텍·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소프트런·날리지큐브·알티베이스·영림원소프트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이미 100억원대를 넘어선 곳도 있다. 더존다스·더존디지털웨어 등은 ERP와 회계관리 프로그램 등을 판매하며 100억원대를 넘어선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마의 고지였던 매출 500억원대 벽을 처음으로 돌파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잇따라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티맥스소프트·안철수연구소·시큐아이닷컴 등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전년 매출 300억∼400억원대를 첫 돌파하며 올해 매출 목표를 500억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최근 1∼2년간 성장세를 고려할 때 이들 업체들의 500억원대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소프트웨어 업계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어 매출 100억원대 달성을 목표로 하는 업체들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