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방의 둘레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한 새벽 4시. KTF 기지국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두꺼비빌딩 옥상은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을 알리듯 차가운 바람이 불어 꽤 쌀쌀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잠을 자고 있을 이 시간에 KTF 오범석 과장(37)의 하루는 이미 시작됐다. 오과장은 KTF 네트워크부문 소속으로 WCDMA 시스템 개통·운용·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새벽에 작업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통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스템 작업이기 때문에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하루 중 통화량이 가장 적은 새벽을 택한 것이다.
KTF는 내년 상반기까지 WCDMA 전국망 구축을 완료키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전 직원이 노력하는 가운데 네트워크 담당 직원들 역시 밤낮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과장은 “시스템 구축기간에는 코어 네트워크와 기지국간 연동시험 및 확인 작업이 많다”며 “주간에는 가입자들의 통화량이 많기 때문에 통화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심야나 새벽에 기지국 작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발생하면 한밤중에도 달려나와야 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밤에도 퇴근하지 못한다. 때문에 가족들에게 소홀한 경우도 많다.
오과장도 올해 영화 같은 에피소드를 겪었다. 오과장은 올해 결혼기념일에 HSDPA 상용서비스 준비로 한창 바빠 밤 11시55분에야 겨우 집에 들어갔다. 급하게 산 빅파이에 초를 붙이는 순간 부인은 서러움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 지금이야 에피소드로 얘기하지만 부인에 대한 미안함을 말로 못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불가능할 것 같던 HSDPA 상용화를 이뤄낸 순간 그 성취감은 말로 못할 정도였다. 오과장은 오늘도 새로운 신화를 일궈내기 위해 새벽을 밝히고 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사진: KTF 수도권네트워크본부의 강남무선운용팀 직원들이 15일 새벽 강남의 한 기지국에서 무선망을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