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목표는 아직까지 멀었는데 다리는 풀리고 눈도 까물해진다.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각오를 다져본다. IT산업은 바닥을 치고 올라와 ‘또다시 성장’이라는 절체절명의 동아줄을 잡은 상태다. 한 때 불꽃이 타오르듯 벤처를 기반으로 화려한 시대를 맞이했었으나 거품이었다는 비아냥 속에 잠시 걸음을 멈추는 듯했다.
거품을 걷어내고 나니 좀더 명확한 미래와 희망이 목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의 실패담은 이제 교훈으로 남았다. 실수는 한번으로 충분하다. 앞으로는 철저한 성공 전략으로 목표를 향한 나머지 여정을 달려야한다. 될성부른 떡잎을 골라내 집중적으로 햇빛도 쪼이고 물도 주고 비료도 적절하게 주는 등 정성을 쏟아야할 시기다.
이제 IT산업의 레이스를 이끌어갈 선두주자이자 될성부른 떡잎은 ‘강소IT기업’이다. 이들은 벤처가 진화된 신 기업군으로 도전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강하고 탄탄한 경쟁력으로 무장한 혁신형 중소기업들을 뜻한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에 비해 2∼3배의 성장 능력을 갖췄다.
매출, 영업이익률, 일자리 창출 등 각종 지표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성장성·수익성·안정성 측면에서 우량아로 분류된다. 매년 새로 창업한 중소기업 중 70% 가량이 문을 닫는 현실에서 건강 진단서에 ‘매우 양호’가 찍혀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강소IT 기업은 300만 중소기업 중 0.2%에도 못 미친다. 오는 2008년에 1%대 도달을 목표로 삼고 있을 정도로 이들의 발굴은 더디고 답답하지만 ‘희망’을 위한 발걸음이다. 이들의 출발점이 되는 씨앗과 강하게 성장할 토양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 씨앗은 부품·소재, 홈네트워크, 셋톱박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으로 강소IT기업들이 올곧게 발아할 수 있는 앞서 검증된 분야들이다. 그 씨앗은 뿌리가 되고 줄기가 돼 우리의 IT산업 성장에 근간을 이룰 것이다.
완성품 산업의 경쟁력을 책임지는 부품·소재 분야는 이제 밝은 양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한다. 이들이야말로 전체 IT산업 발전에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다. 컨버전스 시대는 우리의 새로운 희망터다. 앞서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로 계속 전진해야한다. 지식산업 발전에 맞춰 우리 강소IT기업들의 최대 경쟁력은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분야다. 국민성까지 들먹이게 되는 모바일 산업은 더이상 거론이 필요없는 육성 1순위 분야다.
강소IT 기업들이 줄기를 뻗어갈 방향도 이미 정해졌다.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한다. 무조건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풍부한 먹거리가 마련돼 있는 수출은 험난하지만 목표를 향한 지름길이다. 글로벌 기업들에 대항하기 위한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다. 그들의 텃밭에 줄기를 뻗어야한다. 이들이 제대로 자라나기 위한 토양과 햇빛, 물, 비료를 준비해야한다. 승부는 어떻게 가꾸느냐에 달려있다.
초고속 성장으로 커질 대로 커져 버린 대기업들은 따뜻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응달을 걷어 줘야한다. 내치는 것이 아니라 보듬어줘야 한다. 이들은 다시 대기업들의 토양이 되고 비료가 될 것이다. 이것이 ‘상생’이다.
지방 중소기업들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노력도 배가시켜야한다. 지자체 시대를 맞이해 지자체 중앙기관과의 연계가 해법이다. 지역별 특성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해결법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금융 지원과 육성 제도는 강력하게 실행하고 불필요한 규제 정책은 과감하게 개선해야한다. 또, 일부 대기업들의 횡포를 감시하고 차단하는 울타리 역할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지원은 새로운 거품을 일으키게 된다.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자극도 병행돼야한다. 이를 위한 채찍질도 아껴서는 안 될 일이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