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데이터센터 교체 수요가 꿈틀대고 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의 전산실이 90년대에 설계돼 기업 IT 인프라가 폭증한 현재의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는데다 2000년 인터넷 붐을 타고 우후죽순 지어진 인터넷데이터센터(IDC)도 일부 고집적 서버를 수용하지 못하는 등 교체 임박을 알리는 신호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2∼3년 장기 계획으로 대단위 규모의 데이터센터 교체를 검토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 교체 움직임은 단품업그레이드가 아닌, 서버나 스토리지·SW·네트워크 등 IT 관련 전방위 제품교체 수요를 이끌어 내년도 ‘IT 턴어라운드’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후화한 전산센터=매년 서버·스토리지 등 성능이 두 배씩 향상되고 사용량 역시 배로 증가하면서 전산센터는 전력 소모가 크게 늘고 발열로 온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노후화한 전산센터는 공기가 제때 공급 안돼 뜨거운 공기가 전산센터 내에 머물면서 전산시스템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사례까지 나타난다.
이 때문에 2007년 이후에는 전원과 냉각 관련 비용이 서버 구매 비용을 초과할 것이라는 가트너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전산센터 연구 모임인 AFCOM는 “앞으로 5년 동안 90% 이상의 회사가 정전 혹은 전원 용량 부족 문제에 부딪히고 이 중 4분의 1 정도는 심각한 업무 중단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한 IDC 업계 관계자는 “초기 IDC 용량 문제는 서버 등 한두 제품의 문제 정도로 인식했으나,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고집적 서버, 냉각 및 공조장치, 전원공급장치 등 데이터센터 설계 전반에 관한 다양한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미 2년 전부터 전산센터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기안을 올렸다”고 말했다.
◇새로운 전산센터 모델 쏟아져=데이터센터 업그레이드 수요가 고개를 들면서 그동안 컴퓨팅 업계가 서버 성능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데이터센터 기획·설계·구축 방안까지 전체적인 그림을 제시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변화 가능한 데이터센터 모형. 한번에 전산센터를 짓는 것이 아니라 전원·공조·랙 등 모든 설비를 모듈화해 일정 단위로 소규모 전산센터를 증설해 나가는 방식이다.
IBM의 ‘온디맨드 퍼실리티 솔루션(ODFS)’이 대표적이다. 용량 증가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늘려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급변하는 데이터센터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도 쉽다. 전산실 전체를 냉각하는 방식보다는 개별 냉각 방식도 각광받고 있다. HP 모듈 냉각 시스템은 냉각수를 이용해 기존보다 3배 이상의 냉각 성능과 25%의 전력 절감 효과를 제공한다. 한국IBM도 서버 랙 후면에서 직접 열을 식혀 주는 수랭식 냉각장치 ‘IBM 쿨 블루’를 제안했다. 한국HP는 이달 내 차세대 데이터센터 모형을 사옥 내에 설치, 전시할 계획이다.
◇IT 수요 기폭제=관련 업체들은 전 세계 전산센터 교체 수요로 향후 5년간 매년 25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도 전 세계 시장의 1% 정도인 매년 2500억원 시장이 내년 이후 형성된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 하반기 당장 롯데그룹이 34개 전 계열사 전산실을 구로디지털 빌딩 2동으로 이전하는 대규모 전산센터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삼성SDS·KT 등도 향후 1∼2년 내 동양 최대 규모급 전산센터 구축을 예고하고 있다.
김문성 한국IBM 상무는 “올해 IDC업체인 호스트웨이 전산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금융권과 홈쇼핑 업체의 전산센터 이전 및 신규 구축에 관한 컨설팅만 10여 차례 진행했다”면서 “3∼4년 간 센터 구축과 이전 관련 매출이 20% 이상 증가할 것을 예상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관련 전문업체도 수요를 반기고 있다. IDC 전원 및 인프라 구축 전문업체인 APC의 윤기중 부장은 “현재 전산센터 업그레이드·리노베이션·신축과 관련한 프로젝트만 30∼40개에 이른다”면서 “APC 등 주요 업체가 IDC 업그레이드 특수를 맞으면서 내년도에는 30∼40% 이상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