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4주년(4)]대기업 전략-부품소재

 최근 우리나라 무역수지에서 눈길을 끄는 분야는 부품소재다. 전반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는 감소되는 추세지만 부품소재 분야의 흑자는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48억5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 작년 동기 대비 53억4000만달러나 늘어났다. 이는 모든 산업 무역수지 흑자인 70억40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또 올해 상반기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무역적자는 75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82억3000만달러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달러 박스인 대 중국 무역수지는 작년 동기와 비슷한 95억달러를 유지했다.

 산업자원부 변종립 부품소재팀장은 “세계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제품 중심에서 부품소재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부품소재 기업의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와 현지화 전략, 그리고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이 말대로 국내 부품소재 대기업의 해외 진출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룹 구조의 특성상 국내 계열사 의존도가 높지만 이를 넘어서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 외형 성장과 수익성 상승을 모두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과 제일모직으로 대표되는 기능성 합성수지 업체들은 중국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특히 LG화학은 최근 중국 공장 증설로 세계 ABS 시장 1위를 굳건히 지켰다.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소재 분야도 성장이 뚜렷하다. 2차전지는 삼성SDI가 소니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르면서 노키아 등 굵직한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세계 PC 시장 1위인 델도 삼성SDI의 고객이다.

 디스플레이 소재에서는 LG화학이 편광판을, SKC가 확산판 등 기능성 필름으로 해외 시장을 활발히 개척하고 있다. 이밖에 종합부품업체인 삼성전기도 모토로라와 대규모 카메라모듈 공급계약을 맺는 등 부품소재 대기업의 해외 시장 공략은 점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etnews.co.kr

◆LG화학

LG화학(대표 김반석)은 국내 소재 업체 중 중국 사업의 터줏대감이다. 지난 1995년 중국에 진출, 올해 12년째를 맞으며 지금까지의 성장 중심의 사업전개를 내실 있는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승부사업 중심으로 1등 전략을 확고히 하기 위해 EDC/VCM 공장 건설 등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고 현지 기술서비스 및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또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의 IT 산업에 발맞춰 정보전자소재 사업의 현지 생산체제를 만들고 있다.

 LG화학은 작년 중국 현지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해 주요 중국사업 전략수립 및 중국 내 법인과 지사에 대한 재무·인사·법무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또 현지 완결형 생산체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BS는 기존 닝보의 연산 30만톤 규모에 최근 15만톤 추가증설 공사를 완료해 국내외 10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 세계 최강의 ABS 생산업체라는 위상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LG화학은 고유가 및 석유화학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난연ABS, 투명ABS 등 프리미엄 제품의 수출확대 및 현지 생산기지의 원가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올해부터 중국사업에서 새로운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편광판과 2차전지 등 첨단 IT제품 중심의 정보전자소재 사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지난 2003년 난징에 ‘LG CN’을 설립해 편광판과 2차전지 생산에 들어갔다. 2차전지는 월 450만셀의 생산규모를 갖추었다. LG화학은 또 2004년 12월 북경에 편광판 전용 생산법인인 ‘LG CB’를 설립하여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제일모직

 제일모직(대표 제진훈)은 의류 중심에서 첨단 소재로 회사의 무게 중심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지난 89년 여수에 공장을 준공하면서 첨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으며 94년부터는 반도체회로보호 수지 등으로 사업을 확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소재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해외 사업에서도 소재 부문이 활발하다. 제일모직이 생산하고 있는 합성수지는 각종 전기, 전자부품과 휴대폰, TV 등의 내외장재로 사용된다. 제일모직 전자재료 부문의 작년 수출 비중은 무려 80%에 달한다.

 제일모직은 중국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관련 산업의 고성장으로 인해 수출 물량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합성수지는 중국 수출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전자 해외공장이 중국에 다수 진출해 있어 제일모직의 전자재료 제품 판매 확대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올해 중국 상하이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던 기존의 영업사무소를 법인으로 승격, 해외지점의 역량강화를 도모했다. 본사 중심의 영업에서 해외 현지 중심의 영업체제로 개편했다. 또한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특수수지 등 고부가가치 핵심기술을 활용해 현지 아웃소싱과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제일모직 케미컬 및 전자재료 부문의 해외 네트워크는 기존의 미국 LA법인을 포함해 이번에 신설된 중국 상하이법인과 독일 프랑크푸르트법인 등 총 3개의 법인과 미국 샌디에이고, 중국 톈진 등 5개 지점, 미국 시카고, 홍콩, 칭타오 등 6개 지법인 포스트로 확대 개편됐다.

◆LS전선

 LS전선(대표 구자열)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환율, 유가, 원자재 등 3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직 해외 매출에 비해 내수 비중이 크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인도, 중동 및 러시아 등에 해외 시장 진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은 LS전선의 핵심 전략 시장이다. LS전선은 작년 중국 우시에 10만평 규모의 LS산업단지를 조성,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와 요르단 암만 지사를 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요르단을 중심으로 한 중동시장에 초고압 전력케이블과 통신케이블을 판매하고 있다.

 LS전선은 인도에도 지사를 설립, 인도 인프라 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베트남 전력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제2전선공장 건설도 시작했다.

 특히 LS전선은 올해 초 미국 초고압 전력시장에 처음으로 진출, 6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뉴욕주 최대 전력시스템 운용회사인 키스팬 사가 발주한 것으로, 초고압 전력케이블과 접속자재는 물론 공사 일체를 LS전선이 모두 맡았다.

 이 수주로 LS전선은 미국시장 특히 동부지역에서 향후 예상되는 초고압 전력케이블 수요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세계적 기업들을 제치고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 편중된 전력케이블 시장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러한 시장 공략 전략 이외에 LS전선은 수출대금의 유로화 결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LS전선은 해외사업을 이끌 차세대 리더 육성과 해외 지역전문가 육성을 시작했는데 작년 러시아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역전문가 채용이 좋은 사례다.

 

◆LS산전

 LS산전(대표 김정만)은 최근 해외 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해외사업 매출이 연평균 40%의 신장률을 내고 있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28% 정도인데 2008년까지 4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S산전은 현재, 주요 60여 이상 국가에서 자체 유통망을 활용하여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에는 생산법인을 갖고 있으며 일본과 아랍에미리트 등에는 현지 지사를 통해 고객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LS산전의 가장 큰 해외 전략 시장은 역시 중국이다. LS산전은 중국 무석에 전력기기 및 자동화기기 생산 판매법인을 만들었다. 현재 무석공장에 공장 한 개 동을 증축하고 있다. 대련법인은 수배전반 및 변압기 중심의 전력시스템 사업 기지화를 추진, 전력시스템의 일괄 수주가 가능하게 됐다. 이를 통해 중국시장에서의 현지화 체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LS산전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몇 가지 전략적 초점을 정했다. 우선 각 지역별 특성에 적합한 현지 인프라를 만들어 납기 및 고객 요구 대응력을 강화, 시장맞춤형 경영전략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다음으로 고기능, 고성능 제품을 통한 고가시장 진입과 현지 특성에 맞는 제품대응으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으려 한다. 그 결과물이 ‘SUSOL’ 브랜드의 차단기나 유럽형 인버터 등이다. 마지막으로 LS산전은 현지 기술지원과 전시회,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마련해 추진중이다.

 LS산전은 ‘SUSOL’이나 유럽형 인버터, XGT PLC 등과 같은 외국 선진업체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제품을 속속 출시, 기술 선도 기업으로의 입지를 단단히 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