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휴식을 준비하는 밤 8시, 수원 외곽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라인은 오히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오전 8시 근무를 시작한 직원들과 교체하기 위해 출근한 직원들은 한곳에 모여 능률 향상을 위한 팀워크와 안전을 다짐한다.
조회를 끝내고 라인에 들어가는 직원들이 만드는 제품인 MLCC는 전기를 잠시 동안 저장해놓는 역할을 한다. 작은 휴대폰 안에 약 150개나 들어갈 정도로 모든 첨단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언뜻 보면 매우 작은 금속 알갱이 같지만 이 속에는 매우 정밀한 기술이 녹아 있다. MLCC는 니켈 분말을 입힌 얇은 세라믹 판을 한 층씩 쌓아서 만든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무려 1000층이 넘는 제품도 있다.
지금까지 무라타 등 일본 업체가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삼성전기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제품을 내놓으면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제품은 가로 0.4㎜, 세로 0.2㎜ 크기다. 무게는 90㎍(100만분의 1그램)에 불과하다.
밤에 하루를 여는 삼성전기 직원들은 가족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밤을 지나 새벽을 거쳐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아침까지 세계 최고의 MLCC를 만들어낸다. 온 국민이 밤을 세워가며 응원하던 월드컵 기간에도 이들은 MLCC를 쌓았고 태풍으로 물난리가 났을 때도 이들은 MLCC의 품질을 검사했다.
밤을 하얗게 새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나라 전자제품은 세계 시장을 누빌 수 있다. 숨어 있는 디지털 코리아의 주역이 바로 이들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사진: 하루 3교대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는 삼성전기 직원들이 야간근무를 시작하기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