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4주년(4)]한국 표준을 세계 표준으로-국가별 표준화기구 의장단 수 살펴보니

 IT강국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우리 기술의 세계 표준화에 얼마나 적극적이며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

 작년 11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선 이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표준화 활동을 분석한 이 보고서에는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도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2005년 11월 현재, 한국은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에 김영균 삼성전자 전무 등 26명이, 전파방송부문(ITU-R)에 위규진 전파연구소 박사 등 3명이 포진하고 있다. 또 국제표준화기구/국제전기기술위원회(ISO/IEC) 공동기술위원회(JTC1)에는 한태인 한독산학협동단지 e러닝연구소장 등 5명의 의장단을 배출해, 지난 2년동안 IT 분야의 각종 국제 표준화기구에 의장단 인사만 34명을 보유한 국가로 조사됐다. 34명은 세계 7위 수준이다.

 

 ◇의장단, 왜 중요한가=우리의 의장단 순위는 꽤 높은 편이지만 1위와 격차가 크다. 미국은 132명의 의장단을 보유해 2위 일본(70명)보다도 50명이나 많고 영국(56명), 독일(41명), 캐나다(38명), 프랑스(37명)가 우리보다 앞서 있다. 선진국들을 많이 따라 잡았지만 중국이 31명으로 8위를 기록,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국제표준의 중요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 통신 기술을 개발한 일본이 세계 표준화에 소홀해 GSM에 밀린 사례 등 국제표준은 한 나라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이런 국제표준을 이끌어 내는 전문가그룹, 오피니언 리더들이 바로 의장단이다.

 공식 표준화기구 의장단은 ITU-T/R는 워킹그룹(WG) 부의장 이상, JCT1은 컨비너(Convenor) 이상이 돼야 인정받는다. ITU와 같은 공식 표준화 기구가 아닌 OMA, 국제웹표준화기구(W3C), 미전기전자공학회(IEEE802) 등 사실 표준화 단체를 포함하면 의장단은 약 100명에 이른다.

 의장단은 해당 표준화 기구 회의를 주도하고 의제를 이끌기 때문에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쳐 국가 간 의장단 진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산업 표준뿐만 아니라 각국의 기술 정책 수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보유한 의장단 현황만 보더라도 세계 통신 산업에 미국이 미치는 절대적 영향력이 증명된다.

 구경철 TTA 표준총괄팀장은 “최근에는 자국 및 자사 기술을 국제 표준화, 국제 시장을 선점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세계적 회사들은 정책적으로 의장을 배출하려고 신경전을 벌인다”며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서 두각=한국은 3세대이동통신국제표준화회의(3GPPs), 국제이동통신표준화연합(OMA), 와이맥스포럼이사회에서 9명이 의장에 당선되는 등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나타내 3.5∼4G세대 세계 이동통신 산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3GPP2의 최고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SC) 의장으로 활동중인 김윤관 LG텔레콤 상무를 포함, CDMA 관련 국제표준화기구 전체 의장직 16명 중 국내 전문가가 5명으로 전체 31%가 한국인이 의장직을 수행 중이다. 아태지역통신협의체(APT)의 이동통신표준화 조직을 통합한 아시아무선포럼(AWF)에는 김영균 삼성전자 전무가 의장으로 활동,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확보 경쟁과 표준 방향을 주도했다.

 김윤관 3GPP2 SC 의장은 “CDMA는 의장단뿐만 아니라 전체 표준에서 국내 기술의 비중이 25%를 차지하고 있다”며 “의장단 활동을 통해 한국의 기술을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리더를 육성하자=국내의 국가표준은 양적으로는 2만 여종으로 선진국 수준이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기술 위주여서 새로운 수요나 신성장 분야 표준화 수요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박세광 경북대 교수는 “국제표준화 활동이 단기적으로는 기업이나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을지라도 현재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는 무역상 기술 장벽을 국제표준 활동 등으로 풀어가야 하기 때문에 국내 표준화 인력의 저변 확대와 양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계형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국제표준 회의 등에 많이 참석해 세계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첨단 기술의 보물창고인 국제표준회의에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오픈하고 국제표준을 받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국제표준에 관심을 둬야 한다.

 앨런 브라이든 ISO 사무총장은 “한국의 강점은 ISO 기술표준위원의 80% 이상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반대로 약점은 중소기업들이 국제표준의 중요성을 소홀히 여기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