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분야의 국가 표준 리더 양성에 발벗고 나섰다.
급속한 IT 발전으로 발생하는 신기술·신수요 분야의 세계 표준을 우리가 한발 앞서 선점하기 위해선 기술 전문성을 갖춘 민간 인력들이 대거 포진해야하지만 실제 우리 민간 표준 역량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 말 현재 민간 표준화 역량 지표인 ‘단체 표준’을 살펴보면 일본은 4만5000여 종에 달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 61개 민간 단체는 1273종의 단체 표준을 보유하고 있어 양적으로 일본 단체 표준의 2.8%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현재 기술 기준을 제·개정하는 19개 부처 산하 기관은 국가 표준 시스템과 별개로 운영된 탓에 국내·외 표준 정보에 대한 지원 활동성이 떨어질 뿐더러 민간 표준 전문인력 양성에도 한계점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나라 국가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기존 국가 표준 개발 체계에 대수술을 감행하기로 했다. 국가표준 제·개정 방식을 정부 주도에서 하반기께 민간 주도로 전격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박인수 기술표준원 정보디지털표준팀장은 “국가 표준을 독자 추진하거나 외부 연구 용역 형태로 개발할 경우 글로벌 기술 표준 동향과 신기술 잠재 표준 동향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가 표준의 외부 연구 용역도 특성상 민간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11월께 표준 분야 관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국가표준개발협력기관(PSDO) 지정’ 제도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PSDO’란 협회·학회 등 표준 개발 능력을 갖춘 기관을 국가 표준 초안 개발기관으로 활용하는 선진국형 제도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이미 PSDO를 도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자국 표준을 글로벌 표준화 대열에 편입한 점을 지켜볼때 우리 정부가 뒤늦게 나마 제도 변혁을 실행했다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정부는 IT·환경 등 25여개 분야에서 150여개 기관·단체를 PSDO로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 표준 단체간 경쟁을 유도하고 지정 기관의 진입 장벽을 제거할 목적으로 굳이 지정 기관 수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국가 표준 개발시 외부 용역 사업을 지양하기로 했다. 그 대신에 산업기술기반자금 등 표준화 관련 예산을 PSDO에 우선 배정, 민간 차원에서 표준 개발을 촉진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PSDO가 국가 표준 대표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추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한다.
정부는 이처럼 국제 표준화 활동에 민간 전문가 참여를 확대, 표준 전문가 양성 토양을 다지고 특히 우리 기업의 기술을 국제 표준에 반영, 국제 기술 표준 동향의 대응 능력이 한 차원 제고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허경 기술표준원 신산업기술표준부장은 “표준 주요 고객인 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PSDO를 운영, 수요 중심의 정책을 펼쳐나간다”며 “특히 신기술 표준 선점을 위해 PSDO내 CEO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우리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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