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내비게이터 업계를 대표하는 두 주자가 있다. 한 곳은 내비게이터 시장을 40%가량 독식하며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이고 다른 한 곳은 내비게이터 지도만으로 올 매출 200억원, 순이익 25억원이 예상되는 업체다. 팅크웨어와 만도맵앤소프트. 각각 지난 97년과 98년 설립돼 내비게이터 시장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한 두 기업이 오는 10월 나란히 해외에 첫발을 내민다. 팅크웨어는 세계 최대 내비게이터 시장인 유럽을, 만도맵앤소프트는 내비게이터 불모지인 중국을 향한다.
◇“1%만 먹어도 성공”=유럽은 세계 내비게이터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이다. 올해 예상 수요는 연간 800만대로 우리나라 시장 규모의 8배다. 하지만 그만큼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격전지다. 톰톰·미오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하먼베커·지멘스·보쉬 등 세계적인 업체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하나도 녹록지 않다.
김진범 팅크웨어 사장(44)은 “유럽 제품은 아직 도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물·여가시설 등 다양한 부가 정보를 추가해 차별화를 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5년 후면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해외, 특히 유럽에 바로 진출한다고 했다.
작년 말 유럽 지도를 완성할 만큼 준비는 모두 끝났다. 김 사장은 “유럽 800만대 중 20∼30%는 한국의 마니아 층과 유사한 정보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중 1%만 먹어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팅크웨어는 이달 말 독일에 지사를 설립한다. 지사가 꾸려지면 10월에는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된다. 팅크웨어의 유럽 브랜드 ‘팅크나비’가 유럽 시장에 첫선을 보이는 날이다.
◇“유럽은 늦었다. 우린 중국이다”=팅크웨어와 만도맵앤소프트는 많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해외 시장 진출 시기가 일치하면서도 대상 지역은 달랐다. 하드웨어(내비게이터)와 소프트웨어(지도) 사업을 하는 팅크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만 하는 만도맵의 차이일까.
박현열 사장(46)은 “중국은 90%가 출퇴근용으로 자동차를 쓸 정도로 기반이 없지만 국내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분명히 열릴 것”이라며 “시스템이 갖춰진 유럽 대신 중국을 초기에 들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다음달이면 그 첫 결과물이 나온다. 국내 내비게이터 제조 업체가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데 진입 장벽이 됐던 중국 내비게이터 지도를 만도맵이 만들었고 중국 전용 단말기도 출시된다.
박 사장은 “제조사와 함께 중국 전용 내비게이터를 준비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 내비게이터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열 사장은 중국이 자리잡으면 북미·태국 지도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팅크웨어와 만도맵은=팅크웨어는 지난 97년 내비게이터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자지도,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등 핵심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이후 직접 단말기도 개발해 외형을 키웠으며 대우통신·대우정밀 출신 인물이 많다. 만도맵앤소프트는 옛 한라그룹의 주력사였던 만도기계(현 만도)에서 근무하던 13명의 종업원들이 출자해 1998년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현대차 그룹에 편입됐다.
양사는 내비게이션 지도를 핵심으로 하고 있지만 팅크웨어는 하드웨어까지 영역을 확대해, 소프트웨어 사업만 하는 만도맵이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팅크웨어와 같은 사업 모델이 성공적일지, 업계의 관심을 받는 기업들이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