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내년까지 초고속 연구 백본망의 트래픽 용량을 무한대에 가깝게 확장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차세대 R&D환경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19일 EU의 과학기술 기획 및 예산을 총괄하고 있는 유럽공동위원회(EC) 등에 따르면 EU는 기초과학 및 산업분야 R&D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 오는 2012년까지 6년간 e-사이언스의 인프라 부문에 총 6억 유로(한화 약 7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e-사이언스’는 그동안 실험실 중심의 오프라인으로 진행해오던 R&D를 지리적인 제한없이 사이버 공간에서 연구장비나 연구정보, 연구자 등 연구자원을 공동 활용할 수 있어 R&D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EU는 ‘e-사이언스’의 프로젝트가 2단계로 접어드는 내년부터 컴퓨팅 인프라 개선에 5000만 유로, 과학기술 정보 저장소 등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구축 분야에 3500만 유로를 각각 쏟아부을 계획이다. 또 e-사이언스를 인문· 사회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2000만 유로를 투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EU는 현재 운영중인 연구망 속도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9000만 유로를 들여 민간 통신사업자로부터 초고속 전용 백본망을 장기 임대한다. 이는 차세대 연구환경이 보편화되면서 폭증하는 망 사용자의 수요에 원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EU는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되는 제6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P6)에서 ‘e-사이언스’ 인프라 부문에 2억 2000만 유로를 투자했다. 이 인프라는 고에너지 물리학과 생명공학, 지구 환경, 천문 등의 과학기술분야에 활용됐으며, 민간 부문에서는 유럽의 ERP 등을 전문하는 다국적기업인 SAP가 아우디 신차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편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의 e-사이언스 전문가들이 참여한 ‘유럽그리드기술의 날 2006’행사에는 무선모바일 등의 환경에서 그리드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FP6 2단계 공모 과제가 공개됐다.
EC의 신기술 및 인프라 부문 울프 달스턴 국장은 “기존 인프라가 컴퓨팅을 중심이었다면 차기 프로젝트에서는 과학기술 데이터 저장소 구축 등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과학기술자들의 협력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뤼셀(벨기에)=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인터뷰-울프 달스턴 EU국장
“최근 e사이언스의 패러다임이 과학기술에서 산업화 기반으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신기술 및 인프라의 R&D를 책임지고 있는 울프 달스턴 국장은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그리드 기술의 날 2006’ 행사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EU는 e사이언스 구현을 위한 충분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며 “과학자 간 사이버 협업이 R&D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달스턴 국장은 “EU에서는 현재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고에너지물리학이나 생명의료 분야 등 20개의 e사이언스 커뮤니티가 활동하고 있다”며 “활성화 방향도 갈수록 산업화와 연계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망 분야에서 본다면 최근의 기상이변이나 우주 개발을 위한 천문 분야에서의 협업연구가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단순한 컴퓨팅에서 데이터 축적으로 인프라 구축 방향도 전환되고 있습니다.”
달스턴 국장은 이어 각 국의 기술 수준 비교에 난색을 나타내면서도 “미국은 오랜 시간 걸쳐 체계적인 계획 세워 진행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은 기존의 인프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국가”라며 “중국이나 라틴 아메리카, 지중해 연안 국가들도 e사이언스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달스턴 국장은 스웨덴 정보통신 관련 장관출신으로 EU국 전체의 신기술 개발 및 인프라 투자를 책임지고 있다.
브뤼셀(벨기에)=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