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필름이 올림푸스가 주창하고 있는 ‘포서드(four thirds) 시스템 진영’에서 사실상 탈퇴했다.
포서드 시스템이란 올림푸스가 지난 2002년 개발한 새로운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 카메라 규격으로 4 대 3 비율의 고체촬상소자(CCD)를 쓴 데서 이름이 지어졌다. 이 규격을 채택한 카메라는 브랜드에 상관 없이 렌즈를 호환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니콘과 캐논에 도전하기 위해 올림푸스는 이 기술을 공개하며 DSLR 카메라 시장 후발주자를 결집해 왔다.
일본 후지필름 측은 19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올림푸스 포서드 시스템 진영에 참여를 발표했지만 현재 포서드 시스템과 관련한 DSLR 카메라는 개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6일부터 독일에서 개최되는 포토키나 전시회에도 니콘과 공동 개발한 DSLR 카메라를 출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후지필름의 포서드 시스템 지원 중단을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지필름은 90년대 중반부터 니콘과 함께 니콘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DSLR 카메라를 개발해왔지만 DSLR 카메라 사업 확대를 위해 포서드 시스템 진영에 가입했다.
당초 계획이 변경된 데 대해 후지필름 측은 “공동 개발의 장점 때문에 처음에는 포서드 시스템을 고민했지만 우리의 CCD·렌즈 기술, 카메라 본체 제조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후지필름은 니콘과의 공조는 사진작가 등 전문가용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지속하고 소니·올림푸스·펜탁스 등이 집중하고 있는 보급형 DSLR 카메라 시장은 DSLR급 성능의 렌즈 일체형 ‘네오 DSLR 카메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지필름 측은 “렌즈 일체형 카메라는 DSLR 카메라에 없는 동영상 촬영 등의 장점이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카메라의 형태가 아니라 사진이 얼마나 잘 나오느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CCD 등 카메라의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후지필름이 포서드 시스템 지원을 사실상 중단함에 따라 올림푸스 진영의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포서드 시스템에 참여한 업체로는 마쓰시타전기(파나소닉)·코닥·후지필름·산요·시그마 등이 있었지만 관련 제품을 내놓은 건 현재 마쓰시타와 시그마뿐이다.
세계 DSLR 카메라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니콘과 캐논에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포서드 진영이 흔들리면서 니콘과 캐논의 아성이 더욱 견고해질지 소니·펜탁스·삼성테크윈 등 신흥 후발주자가 선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