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불황 극복은 산업 내 분업을 겨냥한 핵심역량 강화가 답이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9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IT리더스포럼 9월 모임에서 ‘최근 한국 경제 동향과 향후의 성장동력 회복 방안’ 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경제의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서 산업 내 분업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또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4%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 한국 경제 전망=현정택 원장은 최근(9월) IMF에서 발표한 수치를 들어 내년 경제성장률을 4.3%대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5%에 비해 다소 내려간 것으로 설비 투자 증가세에 비해 소비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 투자 부진이 심각해지면서 내수 증가세도 완연히 꺾였다. 또 세계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 것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주택부문 및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점차 내려가는 것은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럼에도 KDI는 미국 경제가 올해 3.4% 성장에 이어 내년에 2.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적 같은 미국 경제 성장, 원인은 생산성 향상=미국은 지난 2004년부터 장기 호황을 유지해오고 있다. KDI는 미국이 경제성장률의 소폭 하락에 따른 리스크는 있지만 호황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 원장은 이를 두고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즉, 인구 3억에 성숙한 경제 때문에 더 발전할 것 같지 않지만 매년 3∼4% 성장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
미국 경제가 이미 충분히 성숙했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원인으로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미국은 IT 등을 활용, 노동 시장이 유연하고 사회 시스템의 생산성이 대단히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줄어드는 데 이어 생산성이 저조하다. 지난 96년부터 2000년까지 생산성의 실질 GDP 기여도는 0%였으며,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겨우 0.4%에 불과했다.
현 원장은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며 “노동 생산성 향상도 있지만 사회 시스템으로 볼 때 미국처럼 정부·기업·노사관계 등 사회 시스템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산업 내 분업 겨냥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라=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 원장은 장기적으로 연구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여성의 경제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과거 산업 간 분업체계에서 산업 내 분업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현 원장은 한·중 기술격차가 2015년께 1∼2년으로 좁혀지는 상황인만큼 과거처럼 기술집약산업을 통한 성장이 아닌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을 연구개발과 핵심부품의 글로벌 소싱 공급기지로 삼고 중국에는 일반 부품과 조립을 맡겨야 한다는 것. 또 여기에 마케팅은 한국에서 지휘하는 ‘산업 내 분업’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원장은 “현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중국업체로 기술이 확산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고기술 부품은 자체 생산하고 개도국에서 범용 부품을 수입, 이를 핵심부품화해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