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첫 무역흑자로 돌아선 공작기계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엔저를 전략적으로 이용한 일본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빼앗아 가고 있고 국내 시장의 국산화 성과와 수요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칫하다가는 무역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생산액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5%선을 지켜내는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일본발 강풍= 모리세이키, 야마자키마작 등 일본의 세계 최대 공작기계 업체들은 일제히 엔저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중저가형 제품을 내놓고 한국, 대만 기업의 기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단순히 엔저를 ‘인조이’하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저가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는 의미다. 모리세이키가 내놓은 ‘듀라’ 시리즈는 머시닝 센터가 960만 엔, CNC선반이 680만∼860만 엔으로 이 회사의 지금까지 제품중 가장 낮은 가격이다. 야마자키마작도 ‘넥서스’ 시리즈를 개량하면서 922만엔대의 CNC선반과 1293만엔 대의 머시닝센터를 내놓았다. 모리세이키 모리 사장은 “전략제품으로 올해 연간 70억엔, 내년 150억엔의 매출을 기대하고 이중 70%를 해외수출로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중국은 물론 지난 해와 올해 2년 연속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2배 이상의 성장을 구가하며 이 분야 독점을 강화하고 있다. 화천기계공업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틈타 내놓은 상품들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경계하고 있다”며 “일본의 전략이 국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가 관건= 국내 공작기계 수출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연달아 갱신하고 있지만 경쟁국인 일본, 대만, 독일 등에 비해선 성장률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최대시장인 중국의 경우 선반과 머시닝센터 분야에서 일본(34%), 대만(19%), 독일(16.5%)에 비해 낮은(6.8%)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대로라면 세계시장 성장이 둔화되면 또 다시 적자산업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저점을 찍은 국내 수요의 급감은 해외 수출을 위한 기술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작기계협회 박희철 이사는 “최대 산업인 자동차제조업의 생산라인에서 국산 공작기계 사용사례가 아직까지도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산업에서 공작기계의 국산화를 정책적으로 활성화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협회 전략 로드맵 모색= 공작기계공업협회는 공작기계산업의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올해말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로드맵에는 △국산장비 사용 촉진을 위한 세제 혜택 △조기 기술확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M&A 제도 보완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확대 등이 담길 예정이다. 협회는 또 공작기계의 국산화 대체가 늦어지는 이유가 장비의 신뢰성 부족이라고 보고 한국기계연구원을 통한 신뢰성 평가, 인증을 신설해 국산장비 활용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아울러 미국 공작기계협회(AMT)를 벤치마킹해 중국 등 해외에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을 위한 오퍼레이션 센터(AS센터)를 설립하고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측면지원할 계획이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