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주변기기 성능이 높아지면서 스펙을 잘못 표현하거나 과장되게 성능을 표기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일부 웹 카메라업체는 35만 화소급 제품을 마치130만 화소급인 것처럼 표기해 네티즌의 도마에 올랐다. 400dpi급 센서를 장착했는데도 1600dpi 성능을 낸다는 게임용 마우스 광고가 있는가 하면 PC파워서플라이는 정격 전압을 속여 파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상태다. 일부 업체는 애매한 성능 표현으로 PC를 잘 모르는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스펙 표현도 ‘지능화’=성능 오기나 과장은 주변기기 업계에서 일반화된 영업 방식. 하지만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과장된 스펙 표시도 ‘지능화’되고 있다.
국내 한 마우스 업체는 1600dpi 해상도를 내는 게임용 마우스를 기존 가격보다 50% 이상 싸게 출시해 문제가 됐다. 400dpi 급 센서를 달았지만 소비자가 알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 속여 팔고 있었던 것. 마우스 업체 관계자는 “이 가격에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성능이었다”며 “사실이 알려지자 매출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PC파워 서플라이도 마찬가지. 최근 400W급 이상 고성능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지만 이 중 10% 이상은 250W 정도밖에 성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 제품은 일반 가격 4만원의 절반가량인 1만9000원에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성능 미달 제품은 파워서플라이 내부의 정류 콘덴서 용량을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지만 5만원 이하의 저가 제품 스펙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일부 조립PC업체는 CPU 성능을 부풀려 광고하는 등 과장된 스펙 표현은 PC 완제품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과열 경쟁’이 원인=과장된 성능 표시 문제는 단가 하락으로 업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려다 보니 경쟁 업체에 비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공급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과장된 스펙을 광고에 활용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TV카드 등 멀티미디어 주변기기는 경쟁사에서 애써 개발한 특정 기능을 마치 자사가 제공하는 것처럼 광고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다나와 관계자는 “최근 제품 매뉴얼이 3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IT기기가 제공하는 기능이 많아졌다”며 “비디오 관련 기기는 전문 용어가 지나치게 많아 일반 소비자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싼 제품’은 일단 의심=업체 관계자는 평균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싼 제품 광고는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균 이윤이 있는만큼 하드웨어 제품은 20%가 넘는 가격 인하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특히 온라인 몰은 실제 성능과 광고 성능이 다른 제품이 많은만큼 전화나 e메일 등을 통해 정확한 성능 확인이 필수. 파워서플라이 등 외견상 성능을 확인하기 힘든 제품은 구매 전 소비자 게시판, 벤치 마크 사이트 등을 통해 정확한 성능을 확인해야 한다.
이상수 스카이디지털 팀장은 “업체 이윤이 뻔한만큼 터무니없는 가격대 제품은 역수입 제품이나 스펙에 흠이 있게 마련”이라며 “한정 수량 판매, 기간 설정 등을 지나치게 강조한 업체는 한번 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