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업계 `오일 달러` 사냥 본격화

 가전업계가 ‘오일 달러’ 사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일 가격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소비자 구매력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문형냉장고, 드럼세탁기, 전기오븐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비중이 높은데다 에어컨이나 냉장고와 같이 계절성이 강한 제품을 연간 판매할 수 있어 가전업계의 안정적인 매출확보는 물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신천지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 사이 중동지역 매출이 크게 늘어 이란의 경우 2004년 6000만달러이던 매출이 지난해는 1억달러를 돌파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판매 가운데 프리미엄은 40∼60%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이현봉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사장이 이 달 중순 10일 가까이 중동을 방문, 현지법인 직원들을 독려하고 마케팅 강화를 지시했다. 한 달의 절반을 외국에서 보내는 이 사장이지만, 최근 1년 사이에만 네 번이나 중동을 찾아 중동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에어컨 신규 라인업을 4분기에 출시하는 한편, 대형 유통업체와 제휴를 강화해 프리미엄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지 전력사정을 감안해 냉동팩을 넣은 냉장고를 비롯, 현지 전략형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도 고유가와 건설붐으로 다양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동을 미국, 유럽에 걸맞는 선진국 시장으로 규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는 한편, 매년 30% 이상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바이에 중동·아프리카(중아) 지역본부가, 터키에 에어컨 생산공장이 있는 LG전자는 특히 금장 PDP, 대형 LCD TV, 고급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건설 붐에 따른 시스템에어컨 판매에도 전력중이다.

 이밖에 대우일렉도 아중동 사업단을 중심으로 현지 밀착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비타민 에어컨, 양문형냉장고, LCD TV 등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중동 전지역에 출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대우일렉은 현재 70% 수준인 자가 브랜드 판매를 연말까지 8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이 선진 시장이나 브릭스(BRICs)만큼 시장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오일 머니에 기반한 가파른 경제 성장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으로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프리미엄 전략을 실현하는 전략기지이자,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가전업체들 대부분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에서 대대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실시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중동 가전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