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를 이용하려면 먼저 소각로에서 잘 태워야 합니다. 쓰레기가 잘 타려면 음식물쓰레기가 섞이지 않도록 분리수거를 잘 해야겠죠? 지금부터 우드락으로 소각로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소각로의 원리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산 원일 초등학교 6학년 4반의 과학 수업 현장이다. 수업 내용은 ‘쾌적한 환경’이다. 장소는 경기도 안산시 성포동에 위치한 대덕과학탐구학습관. 오늘은 과학 수업을 이곳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소각로의 구조와 원리 등 쉽지만은 않은 내용이지만, 동영상으로 소각로의 원리를 배우고 난생 처음 만져보는 공작기계로 소각로를 실제로 만들다 보니 학생들은 어느 새 과학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자연보호에 대한 교과서의 내용을 흘려 들었던 학생들이었지만, 이곳에서의 수업을 통해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 해야겠다’는 실천도 결심하게 됐다.
19일 첫 수업을 진행한 대덕과학탐구학습관은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이 10억 원을 쾌척해 설립한 과학 체험 공간이다. 대덕과학탐구학습관은 보는 위주의 과학 전시장과 달리 어린이들이 실험하고 체험하면서 과학을 재밌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일부 교육기관에서 진행하는 영재 위주의 과학 실험 수업과도 다르다. 이곳에는 누구든지 와서 정규과정 수업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과학 전담 교사 2명이 교과과정에 맞춰 과학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교실을 이곳으로 옮겨 과학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소각로’나 ‘자기부상열차’처럼 생활 속에서 궁금해 할 수 있는 분야를 통해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셔틀버스까지 운행하고 있어, 원일 초등학교를 비롯한 주변 학교들이 이미 12월까지 수업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공작과학체험실에서 소각로의 원리를 만드는 수업을 마친 후에는 2층으로 올라가 우주영상체험실에서 별의 생성과정 영상을 봤다. 우주영상체험실은 마치 하늘을 바라보듯 돔 천장에 우주 천체에 대한 영상이 펼쳐지는 곳으로, 이곳에서 영상을 보는 학생들은 360도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신기한 영상에 탄성을 질렀다.
원일 초등학교 6학년 4반 담임인 이영옥 교사는 “가정에서 체험학습을 할 기회가 많지 않고, 학교에서도 교과과정을 무시하고 진행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정규 수업 시간에 이곳을 찾아와 체험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안산=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인터뷰-최정명 대덕과학탐구학습관 소장
“작은 것이나마 오리고 만지도록 하면서 학생들이 과학을 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오징어가 처음엔 딱딱하지만 자꾸 씹으면 맛이 나는 것처럼 과학도 하면 할 수록 자꾸 재밌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 이곳 수업의 목적입니다. 과학 시험 점수 100점, 200점을 맞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이곳은 과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흥미를 유발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정명 대덕과학탐구학습관 소장은 미래는 점수가 아니라 어린이들의 호기심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영재 교육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흥미와 호기심을 통해 탐구생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생각이다. 성포초등학교 교장 시절에도 인터넷방송국, 사이버 교실 등을 열면서 미래 교육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의 꿈은 대덕과학탐구학습관 소장을 맡으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최 소장은 많은 학생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 중심의 체험학습을 확대, 내년부터는 개별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일일 체험 프로그램을 개설할 계획이다.
최 소장은 “수만 평 규모의 대규모 도서관도 좋지만,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체험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라면서 “대덕과학탐구학습관이 그 시초를 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체험교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김정식 회장이) 어린이를 위해 큰 실천을 하신 것”이라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기업인들의 앞선 실천이 더욱 많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한상욱 학생
“체육만 좋아했는데, 오늘 실험해 보니까 과학 수업도 정말 재미있어요. 또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안산 원일초등학교 한상욱 학생은 6학년 4반의 대표적인 개구쟁이다. 좋아하는 과목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체육이요!’라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 보다는 뛰어 노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그런데, 뜨거운 열선으로 우드락을 오리는 공작기계를 만져보니까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공작기계를 잘 못다뤄서 친구 영조가 소각로 만드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다. 과학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수업을 끝내고 2층 우주영상체험실에서 본 ‘별의 생성 과정’이라는 신기한 영상물을 볼 때는 눈도 깜빡이기 싫을 만큼 빠져들었다. 마치 별이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 같은 속도감을 느낄 때면 소리도 지르고 친구들과 장난도 쳤다. 그 와중에도 ‘지구 이외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화성의 엄청난 협곡과 목성의 행성들의 영상을 보니 어디엔가 꼭 친구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넓고 신기한 우주, 그곳의 모습이 정말 궁금해졌다.
한상욱 학생은 “예전에 이모부가 천체망원경으로 별자리를 보여준 적이 있어요. 진짜 별을 가까이 보는 것이 너무 신기했는데, 별이 진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움직이는 영상을 보니까 더욱 재밌었어요. 지금까지 밝혀진 우주 전체에 대한 모습을 봤는데,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신문보내기 업체 소개 -대덕전자
대덕전자(대표 김정식 http://daeduck.co.kr)는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산업을 선도해온 업체로 세계 12위 규모의 그룹이다.
PCB는 얇은 비닐 판 처럼 생긴 것으로 그 위에 각종 부품을 배열해 전자 제품을 만든다. 커다란 TV에서부터 작은 핸드폰,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이고 컴퓨터 통신 위성 등 전자 제품 전 분야에 걸쳐 폭 넓게 쓰인다.
국내 PCB업계는 올해 지난 해에 비해 20% 가량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시장규모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내 업체들이 꾸준한 성장을 거두는 분야다. 대덕그룹은 국내 PCB 산업을 이끌어 온 대표 업체로, 2010년에는 세계 최고의 PCB 전문업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인터뷰-김정식 회장
“우리의 미래는 지금 뛰어노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있다”고 믿는 김정식 회장은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초석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자와 공학 기술자가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며 “청소년 여러분, 과학에 대한 흥미와 탐구심을 갖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갖으세요”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한 것”이라면서 “청소년 여러분들이 대덕과학탐구학습관에서 직접적인 체험 활동을 통하여 과학의 꿈을 키워가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미래 과학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으면 합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