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황창엽 모빌리언스 사장(3)

2004년 12월 모빌리언스의 코스닥 상장 기념식 모습. 가운데가 필자.
2004년 12월 모빌리언스의 코스닥 상장 기념식 모습. 가운데가 필자.

(3)코스닥 등록과 변화들 

 모빌리언스는 2004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회사 설립이 2000년이니 채 5년이 안돼 코스닥에 상장한 것이다. 하지만 특허 소송으로 인해 코스닥 심사를 자진 철회하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어려운 과정도 겪었다.

 심사를 통과하던 날 필자는 외근 중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미팅을 위해 가 있던 곳에서 소식을 듣게 됐다. “아, 이제 한 고비를 넘어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할 임직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도 당시 나와 임직원들이 공통으로 느낀 기쁨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성취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로 돌아 오니 직원들 모두 상기된 표정이었다. 나는 짐짓 모른 척 하고 내 자리로 돌아와 이제부터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기업 공개를 위한 실무적 절차들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주주들에게 회사의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 주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한나절도 지나기 전에 축배를 들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말하고 평상시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돌이켜 보면 그 때 직원들에게 기쁨을 즐길 여유를 주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튿날부터 회사 위상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공식 일정이 많아졌고 이곳 저곳에서 필자를 찾는 전화가 빗발쳤다.

 온갖 축하의 말들로 우쭐한 느낌도 들었지만 안주하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 하나의 목표가 마무리 되면 새 목표를 설정하고 다시 긴장할 줄 아는 모빌리언스의 특성이 발동된 것이다. 이후 회사는 코스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쟁률로 공모를 완료했고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코스닥 상장 초기에는 하루하루 변하는 주가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실적과 장기적인 비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길게 보면 주가는 회사의 실적과 비전에 연동된다고 믿게됐다.

 코스닥 상장은 영업과 제휴 업무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투자와 비용 지출에 있어서도 여유를 갖고 장기적 계획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직원 채용에도 도움이 됐다.

 이제 코스닥에 상장한 지 2년이 되어 간다. 여러 일을 겪었고 새로운 보람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이전 보다 무거운 책임과 부담감으로 인해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지내는 것 같다. 수면 시간도 줄어 들었고 밤늦게 전화가 울리면 무슨 일인가 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기도 한다. 어떤 후배가 말하기를 이런 증상들이 바로 만성 스트레스 증후군이었다. 어떤 순간에는 예전보다 쉽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 하는 마음이 든다. 해야 할 일이 있고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나를 못살게(?) 하는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대를 갖고 회사로 향한다. 오늘에 안주 하지 않고 많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것은 그 어떤 결단 보다 중요한 발전의 원동력이자 삶의 원천이라 생각한다.

 chantily@mobilia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