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 등 지상파방송사가 상용화를 추진중인 다채널방송(MMS:멀티모드서비스)에 대해 ‘풀HDTV’에서의 화질 열화가 새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이는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가 풀HDTV 판매에 본격 나선 가운데 지상파 4사가 MMS를 상용화할 경우 제대로 된 풀HD 구현이 어렵다는 맥락이어서 MMS와 관련해 가전업체의 태도가 주목된다.
◇MMS 화질 논란이 풀HDTV로 전이=MMS 화질 논란은 지난 6월 지상파방송사가 수도권지역에서 시범방송을 실시하면서 불거졌다.
시범방송 후 지상파방송사와 방송위는 공동으로 ‘MMS 시험방송 품질 지각 변별 실험 및 수용도 조사’를 벌여 MMS 송출 시 HD 화질이 현재의 HD 채널과 비교해 열화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때 사용한 HDTV는 해상도 ‘1366×768’의 일반 HDTV였다.
석원혁 MBC 뉴미디어팀장은 “당시 실험은 국제표준에서 권장한 TV 크기와 환경에 맞춰서 그대로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요점=올 하반기 이후 풀HDTV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대부분 가전업체가 앞다퉈 풀HDTV를 출시하면서 시장의 주도 상품이 일반 HDTV에서 풀HDTV로 바뀌고 있다.
풀HDTV의 해상도는 ‘1920×1080’이다. 앞으로 풀HDTV가 널리 보급될 전망이어서 만약 지상파방송사가 MMS를 하려면 풀HDTV에서도 화질 열화가 생겨선 안 된다. 디지털 방식의 TV 해상도에서 중요한 건 세로 해상도이며, 풀HDTV는 1080개 주사선으로 일반 HDTV의 768개보다 많다.
지상파방송사가 현재 보내는 HD 신호는 1080i며 MMS를 상용화할 경우 720p를 사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HDTV는 ‘1366×768’ 해상도이기 때문에 그동안 방송사가 보내온 방식인 1080i 신호를 받아도 이를 768개 주사선으로 끼워 맞춰 왔다”며 “따라서 MMS에 사용될 720p도 결국 일반 HDTV에서 보면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즉, 시중에 선보인 HDTV는 대부분 1080i가 아닌 720p에 최적화된 제품이며 풀HDTV는 다를 것이란 설명인 셈이다. 실제 지상파 4사와 방송위가 실험 당시 사용한 HDTV는 LG전자의 50PB2DR로서 일반 HDTV였다.
풀HDTV는 해상도가 ‘1920×1080’이기 때문에 현재의 지상파 방식인 1080i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MMS로 가면 720p이기 때문에 화질 열화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용자모임, 직접 검증 나서=한편 사용자단체인 ‘HDTV&홈시어터용PC(HTPC)사용자모임’은 24일 서울 양천구 신기초등학교에서 직접 풀HDTV에서의 MMS 화질 검증에 나서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 단체는 회원수 2만5000명에 이르는 인터넷 얼리어답터모임이다.
모임을 이끄는 이군배씨는 “MMS 수도권 시범방송을 한 6월에 지상파가 보낸 720p의 MMS 신호와, 같은 시기 지방에서 방송한 1080i를 가지고 비교할 것”이라며 “화질 열화가 눈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방송사 측은 이번 실험에 결정적인 취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비교 대상인 MMS는 720p에 용량 13Mbps, 현재 방송은 1080i에 용량 19Mbps인데 실제 지상파방송사가 준비중인 용량과 차이가 있다는 것. 화질 논란에서 용량은 주사선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석 팀장은 “현재 HD방송은 HD 채널뿐만 아니라, 각종 데이터방송 등에도 용량이 필요해 19Mbps가 아닌 17.4Mbps정도며 앞으로 MMS가 상용화되면 이때 용량은 13Mbps가 아닌 14Mbps로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720p의 14Mbps와 1080i의 17Mbps를 비교해야 하는데 이를 왜곡할 여지가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풀HDTV의 화질 논란은 결국 가전업체가 MMS를 지지할지 또는 반대할지와 이어진다”며 “화질 논란에서 앞으로 가전업체의 의견 표명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