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운용체계(OS)인 ‘윈도 비스타’ 출시를 앞두고 국내 PC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르면 올해 말, 내년 초 비스타가 정식 선보이지만 국내에서는 공정위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한글판 출시가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 당사자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조차 아직까지 테스트 버전은 고사하고 명확한 출시 시점조차 밝히지 못해 이래 저래 PC업계는 속만 태우고 있다.
◇‘꼬이고 꼬인’ 한글판 비스타=MS의 ‘끼워팔기’에 대한 공정위 제재 이후 비스타 한글판 출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단 MS는 비스타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정식 출시 시점을 기업용 버전 11월, 일반 소비자용은 내년 1월로 잡고 가격까지도 잠정 확정했다.
비스타는 크게 기업과 소비자용으로 구분되지만 일반인용 ‘홈 베이직’과 ‘홈 프리미엄’, 기업용 ‘비즈니스 에디션’과 ‘엔터프라이즈’, 최고 사양인 ‘비스타 얼티밋’까지 총 5개 제품 군이 출시된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공정위 판결에 따라 메신저와 미디어 플레이어 코드를 탑재한 ‘K(탑재 버전)’뿐 아니라 이를 탑재하기 않은 분리 버전 ‘KN’까지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기본 버전이 5개이니 따로 개발 과정을 거쳐 총 10개의 버전을 내놔야 하는 셈이다. MS는 이미 K버전을 PC 제조사에 공급해 테스트를 시작했지만 한글판 격인 KN버전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후속 조치를 밟고 있지 않다.
삼보컴퓨터 측은 “일반적으로 새 OS가 나오면 6개월 전에 테스트를 시작한다”며 “K버전은 테스트 과정이라 별 문제없지만 KN버전은 이미 늦어 출시 일정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MS, 공정위와 협상중=한국MS는 이미 공정위 판결과 관련해 ‘윈도 XP’ 쪽은 두 가지 버전을 내놓고 급한 불은 껐지만, 비스타는 아직도 협상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실제 윈도 XP는 지난 2월 공정위 ‘끼워팔기 금지’ 후속 조치로 지난달 새 버전을 출시한 상태다. 한국MS는 윈도 XP 홈에디션 K·KN, 윈도 XP 프로페셔널 K·KN 4가지 버전을 정식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비스타와 관련해서는 출시가 임박했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이르면 연말 전 세계적으로 비스타가 정식 출시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출시 일정이 오리무중인 것이다.
한국MS 측은 “공정위와 비스타와 관련해 협상을 진행중이어서 아직 출시 일정까지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며 “다만 KN버전도 개발중이며 늦어도 비스타 정식 출시 이후 한국에서도 1개월 안에는 추가 버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스트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이미 비스타 한글판은 더 늦어지는 게 불가피해 국내 출시 지연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PC-메모리 업계, 전전긍긍=윈도 비스타 한글판 출시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PC와 메모리 업체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스타 출시가 PC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64비트 시스템을 지원하는 첫 OS라는 면에서 거는 기대도 상당했다.
삼성전자 측은 “프로세서는 이미 64비트 체계를 넘어섰고 이를 지원하는 OS만 기다려 왔다”며 “지금은 비스타 한글판 버전 출시 연기에 무게를 두고 신제품 라인업과 마케팅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스타 일정이 차질을 빚을수록 결국 PC 산업계, 나아가 전체 시장은 그만큼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PC업계도 새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지금처럼 저가 제품 위주로 고착되지 않을까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