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관제 시장에서 해외 유수의 기업과 싸워 국내 시장 1위에 올라선 미래산전의 최천우 사장(43)은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넓은 바다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진다. 20여년 전 최 사장은 대학을 졸업한 직후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으로 선원이 돼 3년간 컨테이너선을 탔다.
“어린 나이에 몇 개월씩 대양에 떠다니며 넓은 세계를 배웠습니다. 배를 타다 보면 누구나 빠지기 쉬운 술이나 도박에는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대신 좋은 기회를 살려 세상을 배우려고 했죠. 해외 여행이 쉽지 않았던 80년대 일찌감치 해외 곳곳을 다니며 사업 구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길이 100m가 넘는 거대한 배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저절로 큰 꿈을 가지게 되더군요.”
주차시스템 사업에 뛰어들어 외국 기업의 물건을 들여와 팔던 최 사장은 IMF 시절 큰 위기를 맞는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큰 환차손을 입게 됐다. 위기 극복을 위해 그가 뽑은 카드는 수입제품 위주였던 주차시스템을 국산화하는 것이었다. 마음을 먹자마자 몇몇 남은 거래처마저 떨어져 나갔다. 한 외국회사에선 제소하겠다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국산화를 하면서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자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목표인 세계 1위를 하려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려운 고비마다 떠올린 건 3년간 경험한 바다였다. ‘큰 바다와 싸워 이겨냈는데 이 정도 시련쯤이야.’ 대신 큰 꿈을 꿨다. “10년 뒤엔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매출이 150억원이니 25배가 넘는 성장이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더 큰 꿈을 꾸기로 했습니다.”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투자를 했다. 매출과 인력의 10% 이상을 R&D에 꾸준히 투입했다. 소규모 기업에선 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투자를 시작한 후 몇 년째,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차량번호 자동인식, 주차장 진입 자동통보 비디오폰 시스템, 인터넷유인요금 계산단말기 등 1년에 한두 차례 새 기술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4년 전부터 국내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켜냈다. 7개 환승 주차장을 연계하는 서울시 주차장 무인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부산신항만부터 여의도 국회까지 이 회사의 ‘파크맨’ 브랜드 제품이 깔리기 시작했다.
미국에 3000만달러어치 주차설비 수출계약을 하며 세계 1위라는 큰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것도 몇 년 전만 해도 물건을 수입해 들여오던 미국 페더럴 에피티사를 상대로 해서였다. “이 분야에선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큰 꿈을 반드시 실현해 내겠다”는 최 사장은 한 계단을 밟을 때마다 오래전의 도전과 용기를 결코 잊지 않을 생각이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