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특종-SKT, `BP몰` 프로젝트 물밑 추진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이 ‘비즈니스 파트너(BP)몰’이라는 새로운 모바일게임 비즈니스 모델 도입을 물밑 추진중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요 BP사를 선정해 일종의 ‘브랜드 패키지’를 만들어 정액제로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넥슨모바일·컴투스·와이더덴 등 3곳을 서비스업체로 선정, 11월부터 시범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과거에 특정 콘텐츠제공업체(CP)의 2∼3개 게임을 묶어 패키지로 판매한 경우는 있지만, 이번 BP몰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장기적으로 SK텔레콤이 이를 토대로 모바일게임 전용 포털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모바일게임업계의 구조 재편은 물론 시장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최근 BP몰 프로젝트에 대한 내부 방침을 확정하고 3개 BP 선정과 함께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에따라 SK텔레콤은 11월 께 네이트 내 ‘게임존’에 BP몰을 개설하고 이를 내년 6월까지 시범 운영한 이후 성과가 좋을 경우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BP몰 파트너로 선정될 경우 특정 업체의 게임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일괄적으로 월 정액제로 서비스하게 된다. 요금은 비록 여러 게임을 모두 다운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게이머들이 월 정액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월 3000∼5000원대의 파격적인 정액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BP몰을 도입하는 것은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면서 그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저가 정책과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도 계획중이다. BP몰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게임존’ 뿐 아니라 메인화면에서도 노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박에 BP몰 운영 권한을 해당 업체에 넘기는 방안까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을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성공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정책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이통사이자 무선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파격적인 BP몰 프로젝트를 물밑 추진함에 따라 2년 이상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모바일게임 시장 재 활성화에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BP몰 파트너 선정 사에 대해 적지않은 특혜가 예상돼 모바일 시장 경쟁구도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SK가 BP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배경은 우선 모바일 게임 수급체제 변환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300∼400의 중소 CP들이 난립한 상황에선 더 이상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내기 힘들다고 보고, 대형 퍼블리셔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BP몰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BP중심으로 시장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며 “결국은 이통사들이 추구했던 마스터CP(MCP) 위주의 모바일 유통 시스템이 국내에서도 뿌리를 내리게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SK텔레콤은 내부에 평가단을 운영하는 등 질좋은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워낙 CP들이 많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즉, SK텔레콤 입장에선 ‘BP몰’이란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어 시장을 자연스럽게 퍼블리셔 중심체제로 전환하고, 콘텐츠의 질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란 얘기다.SK텔레콤의 내부 콘텐츠 전략의 중심이 게임으로 옮겨가고 있는 방증이란 분석도 있다. 사실 SK텔레콤은 얼마전 성인 콘텐츠를 더이상 서비스하지 않기로 전격 결정해 모바일게임 관련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성인 콘텐츠를 통해 적지않은 수익을 거둬들인 SK로서는 킬로 콘텐츠가 필요했으며, 그 대안으로 게임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모바일 퍼블리셔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입장에선 매출 확대면에서 보면 BP몰처럼 정액제로 유저를 확보하는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BP몰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부 업체에서 BP몰 사업에 회의적인 이유도 실험적인 시도라는데 있다. 우선 콘텐츠와 가격정책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는 문제가 걸림돌이다.

업체에서 내놓는 카테고리 속 게임들의 질과 이에 맞는 월정액이 어느정도 수준일지에 대한 뚜렷한 해답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월정액을 너무 낮추게 되면 업체의 매출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월정액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리면 게이머들의 부담이 높아져 유저들이 외면할 수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당장엔 파트너사가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선정 업체들도 “현재로서는 손해가 되겠지만 BP몰이 궤도에만 오른다면 유저풀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업계에서 퍼블리셔로서의 인지도를 쌓는 등 반사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도는 좋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몇 개월을 손해를 봐가며 서비스를 했는데도 불구, 실패할 경우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의지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BP몰 프로젝트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기대 만큼의 수익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의지가 약하다면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SK텔레콤은 작년에 3D 등 대용량 게임 사업인 ‘GXG’를 적극 밀어붙였다가 수익 창출에 실패하자 지금은 이 사업이 유명무실화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초기에 다소 부진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강한 의지를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주문했다.관련업계는 이번 BP몰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일단은 두고봐야 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SK텔레콤 보다는 CP들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SK텔레콤은 과거에도 여러개 게임을 패키지 상품을 묶어서 판매한 ‘엔조이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가격 정책으로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업계는 이런 실패경험을 갖고 있는 SK텔레콤이 왜 다시 BP몰 사업을 실시하는 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이미 실패를 경험한 만큼 가격정책 등에서 게이머들이 수용할 만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BP로 선정된 업체들이 탄탄한 매출을 바탕으로 한 업계 리더라는 점도 이번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SK텔레콤은 BP선정을 위해 매출액은 물론 회사 규모, 콘텐츠의 질까지 세심하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BP몰 사업자로 선정된 한 관계자는 “비록 어려움은 있겠지만 예전과 다른 분위기”라며 “(BP몰이)성공할 경우 향후 모바일게임 전용 포털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아 업계와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