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지도 어느덧 3주. 어느새 리듬감이라는 감각이 생겼다. 그동안 감각이라고는 포만감 밖에는 없었던 터라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즐거움도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춤쌤에게 댄스 기술을 사사 받기로 한 마지막 3주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춤쌤을 만나 “쌤∼우린 이제 마지막인가요? 더이상 저에게 춤을 가르쳐 줄 순 없는 건가요?”라며 섭섭함을 표시했다. “하하. 멀 그리 섭섭해 하세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이번이 끝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으니 기운 내세요.” 역시나 다정다감한 우리의 춤쌤. 어느새 마음을 감지하고 위로를 해줬다.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오늘은 저와 함께 커플댄스를 한번 해 보기로 하죠. 커플댄스는 남녀 캐릭터가 짝을 맞춰 함께 키노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커플 간 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커플댄스는 남녀가 짝을 이뤄 하는 것으로 정해진 키노트를 함께 입력하는 방식이다. 즉 기존의 연속적으로 나열된 키노트가 아닌 중간 중간 공란이 있어 그것을 제외한 채 본인에 해당하는 키노트를 입력해야 한다.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 정확한 타이밍과 리듬감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남녀 캐릭터로 플레이해야 커플댄스가 시작된다. 때문에 기자는 여자캐릭터(여자친구 계정)를 사용해야만 했다.
“우선 느린 BPM부터 시작하지요. 파란색으로 표시된 키노트만 입력하세요. 음영처리된 것은 제가 입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의하세요.”
쌤은 내심 제자가 걱정인듯 주의에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아∼니, 도대체 이 제자를 뭘로 보고 저렇게 걱정하시는 거지. 내가 그 정도도 못할 줄 아는거야 머야. 내 숨은 실력을 마음껏 보여주지’라며 속으로 다짐했다.
마침내 노래가 흘러나오고 게임 스타트. 하.지.만. 처음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 지 간데 없고 미스만을 남발하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을 잘 못 했기에 내 캐릭터는 춤을 추지 않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더불어 쌤 역시 춤을 추지 않는 것이 아닌가?
“자꾸 제 키노트까지 입력하시니까 그렇습니다. 커플댄스는 한사람이라도 제대로 입력을 하지 못하면 양 쪽 모두 춤을 출 수가 없습니다.” 그랬다. 내가 쌤의 키노트까지 입력하는 바람에 미스를 남발했고 쌤 역시 춤을 출 수 없었던 것이다.
“하하하(멋적은 웃음) 전 쌤이 제 실력에 감탄해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그렇게 미안함을 감춘채 다시 심기일전! 재도전하기로 했다. “쌤∼이제부터 헷갈리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파란색으로 표시된 것만 입력하면 되는 거지요?”
다시 진지모드로 돌입하고 차분히 게임에 임했다. 조금은 어려웠지만 쌤의 친절한 가르침 덕분일까? 미스 없이 진행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캐릭터 중간에 있는 하트는 뭡니까? 저희한테는 없는데 다른 팀한테는 저게 많네요? 아이템인가요?” 캐릭터 중간에 둥둥 떠 있는 하트를 보며 궁금함을 감추지 못하자 쌤은 “커플이 동시에 퍼펙트를 할때마다 생기는 겁니다. 추가 점수도 획득할 수 있고요. 일정 횟수이상 하트를 만들면 마지막 게임이 끝나고 야릇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러니 저희도 일심단결해 하트를 만들도록 하지요.”
하트는 커플이 동시에 퍼펙트를 하게되면 생기는 것으로 일종의 보너스인 셈이다. 하트가 많아지면 마지막 경기 종료 후 양 캐릭터가 멜로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야릇한 포즈를 취하게 돼, 커플들 한테 인기가 많다.
실제 연인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에서 이성의 유저와 만나 함께 게임도 즐기도 그 결과로 야릇한 포즈까지 잡으니 솔로부대원들에겐 더없이 좋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오∼그렇게 깊은 뜻이. 그럼 저희 한번 야릇한 포즈를 취해보아용. 호홋” 라며 쌤에게 느끼한 표정을 보내자 쌤은 이런 눈길을 외면한 채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퍼펙트를 잘하기 위해선 전에 설명드린 것처럼 4박자 기본 리듬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입력창에 미리 표시를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쌤은 퍼펙트를 잘하기 위해선 노래를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한번 익힌 감을 잊지 않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게 어렵다면 TAP키를 눌러 키노트 입력화면을 변경한 후. DANCE라고 써진 표시를 유심히 살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 때 A가 6시방향에 위치했을 때 스페이스바를 입력하면 퍼펙트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전에 키노트를 정확히 입력했다면 말입니다.”
쌤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번 익힌 감각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마치 유명한 댄스가수가 자신의 노래가 나오면 저절로 춤이 나오듯 키노트를 입력하고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것이 저절로 몸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이를 명심한 채 다시 게임에 임하고 조금씩 퍼펙트가 나오기 시작하고 마침내 쌤과 동시에 퍼펙트를 할 수 있었다. ‘쭈쭈쭈∼욱♬’이라는 이펙트와 함께 둘 사이에 떠 있는 사랑스런 하트. 그리고 하트는 점점 늘어만 갔다.
“오∼부끄럽습니다. 너무 다정하게 춤을 추는 데요. 몰라 몰라.” 마침내 경기가 종료되고 야릇한 포즈를 취하는 캐릭터…. 그렇게 3주간의 고된 훈련이 달콤(?)하게 마무리됐다.
“3주라는 기간이 짧은 것지만 저희의 만남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질테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다음에 만날땐 진정한 고수로 다시 태어나시길 바랍니다.” 쌤 역시 지난 3주가 즐거웠다며 다음에 꼭 온라인에서 만날것을 약속한채 저 멀리 사라져 갔다. 한가지 꼭 명심해야 할 것을 남겨두고서 “모∼기자. 댄스∼해. 어∼∼서.”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