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게임등위 출범에 따른 과제와 전망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등위)의 출범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문화부는 최근 게임등위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발표내용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게임등위가 과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바다이야기’ 등 성인도박기기로 인한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문화부가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아예 민간자율 방침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함께 게임등위 예산이나 전문위원의 채용, 아케이드 게임산업 육성 의지 부재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관련업계에서는 게임등위 출범은 게임산업의 한단계 발전을 의미하는 것인데 최근 흐름을 보면 예전 영등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부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게임등위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18일까지 대통령령이 정하는 단체의 장이 각각 게임등위 2인을 추천하면 25일을 전후로 해서 문화부 장관이 이중 10명을 위촉한다는 것이다. 또 사무국과 전문위원의 경우에도 오는 25일 최종 합격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게임등위 운영규정(안)과 심의규정(안)에 대해서도 20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위원 위촉후 게임등위에서 의결, 확정하게 된다. 사무국의 경우 정책지원팀, 정책심의팀, 사후관리팀(가칭) 등 3개 팀으로 구성되며 사후관리팀은 불법게임단속반(8명)과 사후관리반(2명)으로 나뉘어진다.

문화부는 이와함께 사행성 게임물 결정기준을 강화하는 등급분류 심의규정(안)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문화부의 발표에 따라 게임등위 설립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갑작스럽게 출범해 시행착오를 겪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는 불식시킨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관계자들은 정부의 발표 가운데 예산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하고 나섰다. 기획예산처가 확정한 예산안에 따르면 게임등위의 올해 예산은 29억3000만원. 내년도 예산은 34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문화부가 당초 올렸던 예산안은 60억원선으로 절반 가까운 금액이 삭감된 것이다. 이 때문에 문화부가 구상했던 사무직 직원도 40여명에서 20여명으로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됐으며 긴축안 편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게임등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매년 4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정부 지원금 외에도 1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부족한 재정은 게임등위가 게임물을 심의하면서 받는 수수료로 보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게임등위의 경우 심의기관이기 때문에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면 직원들이 각종 비리에 약해질 수 밖에 없어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게임등위를 민간 자율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3년간 정부지원금 만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수수료는 차곡차곡 모아 민간자율로 전환할 때 사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배정된 예산으로는 수수료를 쓰지 않고 모아두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이와함께 거론되고 있는 문제는 전문위원 선출이다. 이번 게임등위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 위원들의 전문성이다. 영등위의 경우 전문성 없는 위원들이 등급을 분류하게 됨으로써 수많은 문제가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게임등위에서는 전문성을 가장 우선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졌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발표내용을 보면 전문성을 가진 직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직 전문위원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에서 전문위원을 선출할 때 게임업계 관련 종사자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전문위원을 비전문가로 뽑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게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문위원의 경우 영등위의 예심위원처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뿐 아니라 등급심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문가 집단 중에서 전문위원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문화부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위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약속했지만 실제 일반 대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보수를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게임등위 전문성에 빨간등이 커졌다.

업체 한 관계자는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기본 취지는 좋았지만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없는 상태”라며 “문화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문위원은 공개채용을 통해 영입할 계획”이라며 “전문위원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만큼 여러 과정을 거쳐 선발할 계획이어서 전문성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또 다른 문제는 아케이드 게임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케이드업계는 그동안 ‘게임등위가 아케이드산업을 정상화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크게 기대해 왔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아케이드 게임을 살리기 위한 조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케이드 업계는 현상태로라면 아케이드 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아케이드 산업을 살리기 위한 로드맵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업계에서는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하게 되면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때문에 정부가 이를 나서서 자금지원과 함께 해외 시장 개척 등 포괄적인 노력과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살려야 3대 게임강국 진입이 가능하다”며 “게임등위에 아케이드 게임 활성화를 위한 위원회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