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부분유료 전환 러시 배경과 전망

‘생존을 위해 궁여지책인가, 분위기 반전을 위한 최적의 선택인가?’ 이스트소프트의 ‘카발온라인’에 이어 최근 CCR의 ‘RF온라인’이 정액제를 버리고 평생 무료화(부분유료)를 전격 선언하면서 MMORPG 수익모델의 전환이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

‘부분 유료화로 유저를 다시 불러모아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긍정론과 ‘오히려 기존 충성도 높은 유저들의 불만을 초래해 게임을 더 망칠 수 있다’는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 그렇다면 굳이 정액제를 포기하고 부분 유료화로 돌아서는 근본 배경은 무엇일까.

2004년 가을 게임시장을 강타하며 돌풍을 모았던 CCR의 SF MMORPG ‘RF온라인’. 오픈베타 직후 동접 10만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리며 대박을 예고했던 이 게임은 ‘WOW’의 등장과 이를 의식한 다소 성급한 유료화로 인기가 급전직하한 ‘비운의 게임’이다.

이후 평범한 게임으로 전락하다 해외 53개국에 진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RF온라인’은 이달말을 기점으로 평생 무료화(부분유료방식)를 선언했다. 월 1만6500원의 저가 정액제였던 수익 모델을 아이템 판매 방식의 부분 유료화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RF온라인’ 외에도 ‘카발온라인’ ‘데카론’ ‘구룡쟁패’ 등 적지않은 게임들이 정액제를 실시하다가 부분 유료화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2005년 1월 상용화한 ‘WOW’ 이후 정액제로 성공한 게임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이 시장 상황을 종합해볼때 앞으로도 부분 유료 전환은 더욱 늘 것”이라고 진단했다.통상적으로 같은 유료 회원 기준으로 정액제 게임과 부분 유료 게임의 매출 차이는 두배 이상 난다. 대개 정액제 게임이 월 2만원 안팎의 고정 수익을 얻는 반면 부분 유료 게임의 객당가, 즉 1인당지출(ARPU)이 채 1만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술적으로 2배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정액제를 버리고 부분 유료화로 비즈니스 모델을 잇따라 변경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블록버스터급 MMORPG가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리니지’ ‘리니지2’ ‘WOW’ 등 빅3의 아성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정액제를 고집하다간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있다는 얘기.

업계 한 관계자는 “빅3가 난공불락의 아성을 쌓아놓은 데다 연말을 기점으로 국내외 초대형 MMORPG가 줄줄이 출시될 것으로 보여 유저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MMORPG 서비스업체들이 무료화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부분 유료화 방식이 캐주얼게임에 이어 MMORPG 시장에서도 확실한 수익모델로 자리를 잡아 이 모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박 캐주얼RPG인 ‘메이플스토리’를 필두로 ‘실크로드’ ‘데카론’ ‘던전앤파이터’ ‘열혈강호’ ‘영웅’ 등 현재 부분 유료화로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MMORPG가 적지않다.

일본에서 빅히트를 친 L&K로직스의 ‘붉은보석’의 경우 무려 월 4억엔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릴 정도. 전문가들은 “캐주얼게임의 영향으로 유저들이 아이템 구매에 익숙해지면서 부분 유료화 방식으로 상용화한 MMORPG의 ARPU가 크게 높아지는 추세”라며 “저가 정액제보다 부분유료화로 ARPU를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수익에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평생 무료’라는 미끼를 통해 이탈한 유저와 신규 유저를 끌어 모으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정액제 게임들이 잇따라 부분 유료화로 돌아서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다.

정액제에 실패했다가 부분 유료화로 전환, 최근 인기 반전에 성공한 ‘카발온라인’이 이를 증명한다. 한번에 ‘목돈’을 지불하는 정액제 방식과 달리 부분 유료화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이용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청소년들을 대거 유인할 수 있다는 것. CCR측도 이와관련, “‘RF온라인’이 서비스 2년 만에 부분 유료로 전환하지만, 오히려 수익은 120% 가량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MMORPG를 자주 즐긴다는 회사원 M씨(29)는 “충성도가 높고 부분 유료화에 익숙한 유저들의 경우 한 달에 2∼3만원 쓰는게 보통이지만, 정액제 처럼 꼬박꼬박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에 오히려 지출이 많아져도 부분 유료화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픈베타 게임을 전전하며 공짜로 게임을 즐기는 이른바 ‘오베족’들을 상용화 이후에도 계속 붙잡아 두기엔 부분 유료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부분 유료화로 전환해서라도 보다 많은 유저를 확보해야 결국 라이프 사이클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설령 부분 유료화로 전체 매출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유저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롱런이 가능하다는 의미. 특히 이용자가 한계치 이하로 떨어진 게임의 경우 수익감소→업데이트 부진→유저 이탈 등의 악순환을 거듭, 결국 ‘단명’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에서 유저 확대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부분 유료화 전환을 재촉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하지만, 부분 유료화로 전환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있는 반면, 되레 상황이 더 악화돼 시장에서 완전히 축출된 게임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같은 수익 모델의 변경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가 아이템 판매 방식으로 유료 모델을 변경할 경우 이른바 ‘현질’(현금지불)에 의해 플레이가 좌우돼 기존에 기득권을 갖고 있는 고정 유저들까지 게임에서 이탈할 수 있다.

현재 부분 유료화로 높은 실적을 내는 MMORPG의 경우 애초부터 아이템 판매 방식의 부분 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기획 당시부터 정액제에서 출발한 게임의 경우 게임 시스템상 부분 유료 형태로 아이템을 판매하는데 밸런스 문제 등 맹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한 MMORPG 개발자는 “중요한 것은 게임의 본질인 ‘재미’이지 요금 방식이 절대 아니다”라며 “(부분유료전환)성공한 게임만 보지말고, 우선 유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다음 치밀한 연구와 기획을 거쳐 신중하게 비즈니스 모델 변경을 선택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든 국내 MMORPG 시장 상황을 종합해볼 때 부분 유료화로 전환하는 게임들은 계속 늘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블록버스터급 MMORPG의 정액제 시도 역시 계속될 것이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MMORPG 수익모델은 전통적인 정액제 방식을 필두로 정액제와 부분유료화를 접목한 이른바 ‘프리미엄 정액제’, 그리고 캐주얼게임과 유사한 부분 유료화 방식으로 나뉘어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