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드래곤플라이는 이름 그대로 용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박철우(43) 사장은 ‘스페셜 포스’로 FPS의 대중화를 선도하며 대박의 신화를 쌓아 올렸다. 순수 국산 게임으로 MMORPG가 아닌 다른 장르가 이처럼 장기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개발사에서 퍼블리셔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박 사장을 만나 드래곤플라이의 비전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개발사에서 이제 퍼블리셔의 분야로 활동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모웰이라는 회사의 지분을 인수했고 많은 중소업체들과 접촉하면서 좋은 작품과 인재들도 만나보고 있습니다. 저희도 어렵게 시작했기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박 사장의 목소리는 회상에 잠긴 듯 약간 가늘어졌다. 현재 최정상의 개발사를 이끄는 대표지만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담담하기가 쉽지 않은 듯 보였다.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 포스’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온라인FPS에 순수 국산 기술로 작품을 만들어 지금의 위치까지 이끌어 온 주인공이 그다. 당시 온라인으로 처녀작이었던 ‘카르마 온라인’도 수십 만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으나 실익이 적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라는 거대한 벽을 실감하며 절치부심한 끝에 ‘스페셜 포스’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제 박 사장은 개발사에서 퍼블리셔로 발돋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여러 중소업체들과 접촉을 가지며 지분 투자나 프로젝트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퍼블리셔의 역할을 위해 인원을 확충하고 작품까지 확보한 상태다.
이와 더불어 국내를 평정한 ‘스페셜 포스’의 해외 진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게임 강국에서 근 일년 동안 패권을 차지한 작품답게 해외 진출을 쉽게 결정하지 않았다. 다른 게임들이 오픈베타와 클로즈베타 시기에 팔리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천천히 멀리 보고 크게 생각했다.
“저희 작품은 곧 중국과 태국, 일본, 대만에서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해외로 나가는 것은 쉽지만 온라인은 꾸준한 지원 서비스가 필수죠. 드래곤플라이의 역량과 시기를 고려해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갈 때가 됐어요.”박 사장의 카드는 또 하나있다. 바로 판타그램과 공동 개발 중인 ‘킹덤 언더 파이어 온라인’이다. 이 작품을 차기작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공개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킹덤 언더 파이어 온라인’은 판타그램이 콘솔용으로 개발한 작품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다. 판타그램은 온라인에 대한 노하우가 낮지만 콘솔 게임을 제작하면서 비주얼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그리고 ‘나인티 나인 나이츠’를 통해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박 사장은 이를 주목했고 평소 친분이 있었던 친동생 박철승 부사장을 통해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이렇게 ‘킹덤 언더 파이어’는 물과 기물같은 성격의 회사가 하나로 돼 만드는 의미깊은 게임이다. 그런데 박 사장이 폭탄 발언을 했다. FPS는 ‘스페셜 포스’로 충분하며 앞으론 타 장르로 승부를 보겠다고 한 것이다.
“ ‘스페셜 포스’는 이제 절반만 왔을 뿐입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반이나 남았습니다. 그리고 FPS 장르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게임도 경험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의 말처럼 현재 드래곤플라이는 테니스게임과 축구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축구게임은 잠정적으로 보류된 상태다. ‘킹덤 언더 파이어 온라인’을 위해 그들을 합류시킨 때문이다. 박 사장은 이렇게 스포츠 게임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연구와 개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신체와 공을 이용해 움직임을 표현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면 앞으로 어떤 장르와 타이틀이라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최근 온라인FPS 시장은 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기 직전의 상태다. 많은 개발사들이 이 장르로 몸을 던져 조만간 여러 퍼블리셔들을 통해 공개할 예정으로 있기 때문이다. 배경도 밀리터리, SF, 현대 등 다양하고 차별화를 위해 독특한 플레이들을 구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시장은 포화 상태가 아닙니다. 여전히 계속 커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살 깎아 먹기 경쟁이 아니라 보다 다양하고 폭 넓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새로운 작품에 의해 자극받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는 또 이러한 경쟁 구도를 가져가야만 건전한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사장이 강조한 것은 내부적으로 자극이 된다는 점이다. 뚜렷한 라이벌이 없을 때 독선과 독단으로 빠지기 쉽고 한번 무너지면 겉잡을 수가 없는 것이 개발사다. 그래서 외부의 자극을 받아 그러한 요소들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사장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바로 훌륭한 인재들이며 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기가 맡은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사장이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옥을 건설한 것은 우리만의 공간에서,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추진한 것입니다. 그리고 고생한 개발자들을 위해서 복지와 편의 시설을 최대한 갖췄어요. 이 건물은 저희의 자랑입니다.”
또 그는 개발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데 직원들이 밤을 새거나 야근하는 것, 정시에 퇴근하는 일도 결국은 자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심한 간섭이나 무관심이 아닌 자유롭고 즐거운 개발 환경을 보장하는 것. 그것이 게임회사 사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박 사장의 모습을 보면서 드래곤플라이의 화려한 날개짓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궁금해졌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