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조장호 시드나인 사운드아트팀 팀장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게임과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지난 추억에 빠지듯, 게임은 온라인 속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조장호 시드나인 사운드아트팀 팀장은 바로 게임과 음악의 절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음악은 제게 있어 삶의 전부입니다. 음악 없는 제 삶은 죽어있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벌써 입사 3년차. 뮤직레이싱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큰 사랑을 얻고 있는 ‘알투비트’의 인기비결엔 이런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그가 음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대학 입학 후 부터다. “예전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대학 입학 후 부터입니다. 물론 영문과 출신이지만 전공은 전공이었을 뿐 음악에 대한 저의 열정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영문과 출신으로 음악을 한다는 것이 조금 의아하게 여겨질 지 모르지만 그는 그런 편견에 전혀 게의치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견문을 넓힐 수 있어 작곡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대학 입학 후 클럽 DJ 활동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은 그는 국내 왠만한 힙합 아티스트는 모두 친분이 있을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흑인음악 그러니까 힙합과 R&B 같은 장르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왠만한 힙합 아티스트는 모두 알고 있지요. 클럽 DJ를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알투비트’의 사운드를 담당하는데도 적지않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그가 맡은 것은 ‘알투비트’에 들어가는 곡의 믹싱을 비롯한 프로듀싱이다. 즉 기존 가요나 팝송 같은 노래를 게임에 맞게 손 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기엔 맵 밸런싱이나 장애물 배치같은 맵 디자인도 포함된다.“사람들은 흔히 DJ보다 댄서와 가수 같이 눈에 보이는 것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뒤에 있는 DJ입니다. 상황에 맞는 음악과 이펙트를 통해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지요. 마치 영화의 감독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DJ입니다.”

그는 게임 음악 프로듀싱이라는 것도 DJ와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기존 가요를 게임에 맞게 편곡하고 장애물을 배치하는 것이 DJ가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단순히 음악을 편곡한다면 쉬울 수도 있지만, 이를 게임에 맞게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중요합니다. 음악과 게임이 따로 논다면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한 곡 한 곡 신경을 써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업데이트가 늦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다른 댄스게임 보다 신곡 추가를 비롯한 콘텐츠의 업데이트가 느린 것은 보다 완벽한 게임을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그의 욕심 때문인 것이다.

“가끔은 유저들의 원성을 들을 때도 많습니다. 새로운 것을 남보다 빨리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죠. 물론 빠르게 선보인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건 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완성도를 무시한 채 속도만을 고려하는 것은 당장의 성과만을 노린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은 장애물 하나라도 이런 그의 열정이 녹아있는 것이 바로 ‘알투비트’다.“게임내 게시판인 ‘게임토크’를 통해 유저들의 의견을 들으며 영감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유저들의 솔직담백한 의견은 저에게 항상 새로운 자극이죠. 가끔은 비난과 원성을 들을 때도 있지만 그런 질책들이 모여 좀 더 나은 게임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반성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시간이 날때 마다 일본을 자주 간다는 그는 국내보다 발전된 일본의 음악시장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게임음악과 애니메이션 음악계의 거장인 칸노요코씨를 존경합니다. 최근 내한 했을 때 직접 뵙고 싶었는데 큰 업데이트가 있어 갈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어 동시통역을 하는 친 누나가 칸노요코씨의 통역을 맡는 덕분에 사인이 담긴 CD를 얻을 수 있어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그는 칸노요코의 웅장하고 화려한 음악도 좋지만 개성이 살아있는 섬세한 음악들을 더욱 좋아한다며 앞으로 게임음악을 직접 만들게 만들게 된다면, 작곡가의 개성이 물씬 풍겨나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간혹 DJ 활동을 하고 있지만 게임음악은 상당히 매력있는 장르입니다. 앞으로 단순한 기존 곡의 프로듀싱이 아닌 저의 영감과 감성이 묻어나는 그런 게임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제 시작인 셈입니다.”

국내에도 칸노요코와 같은 게임음악계의 거장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기에 이런 그의 자부심과 당찬 포부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