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베일벗은 CJ ‘슈퍼 파이트’

획기적인 매치업 방식의 e스포츠 방송을 선언, 주목을 받아 왔던 CJ의 ‘슈퍼 파이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CJ미디어는 최근 한국e스포츠협회, 서울특별시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개천절인 오는 10월 3일 제 1회 슈퍼파이트를 연다고 공식 발표했다.



CJ측은 특히 이날 황제 임요환 대 폭풍 홍진호 간의 이른바 ‘임진록’을 첫 매치업으로 확정, 발표해 e스포츠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번 대회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임요환의 사실상 고별 무대로 장식될 전망이다. 입대(10월9일) 꼭 6일전에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공식대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요환은 현재 리그가 진행중인 MSL(MBC게임스타리그)을 이달까지만 참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J측은 이를 의식, 임요환이 홍진화와 마재윤을 상대로 연속 경기를 펼쳐는 이례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e스포츠계 최고 스타인 임요환의 입대라는 타이밍에 맞춰 흥행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특히 종족 상성상 우위에 있는 저그 유저 두명을 그의 파트너로 연결시켜주는 특별 배려(?)라는 견해도 많다.

어쨋든 현존하는 최고의 저그플레이어 두명을 상대로 황제 임요환이 군입대전 마지막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선보일 지 팬들의 눈과 귀가 벌써부터 3일 대회가 열리는 코엑스로 향해있다.스포츠에서 라이벌 관계는 반드시 필요한 흥행의 기본 요소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 ‘폭풍저그’ 홍진호. 이들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최초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많은 팬들을 e스포츠판으로 끌어낸 주역들이다. 두 스타플레이어의 첫 대면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카 콜라배 스타리그 8강전에서 처음으로 싸운 두 선수는 이후 36차례나 경기를 치르며 수 많은 명승부를 연출했고 ‘임진록’이라 불리우며 줄곧 화제를 모았다. 팬들이 슈퍼파이트 최고의 매치업으로 ‘임진록’을 꼽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매치업 발표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임요환과 홍진호는 최초로 시도되는 빅매치에 많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라이벌답게 서로를 향한 신경전을 펼쳤다. 먼저 홍진호는 “1회 대회인만큼 영광스럽다”면서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선배에게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임요환을 자극했다. 이에 임요환은 “마지막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좋은 경기 내용으로 군입대를 하고 싶다”고 되받아쳤다. 또 “마지막 경기 후 1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 마직막 경기가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군대 얘기를 했지만 홍진호 또한 군대를 갈 시기라며 이번 경기를 반드시 이겨 군대에 함께 가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홍진호는 여기에 “그 간 손해도 많이 받고 당한 것도 많아 이겨야 할 명분은 나에게 더 많다”며 “마지막까지 도발을 하는데 군대 잘 갈수 있도록 확실히 마무리를 해주겠다”고 맞받아 쳤다.

임요환과 홍진호는 2005년 5월 28일 듀얼토너먼트 이 후 1년 4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됐으며 현재 21승 15패로 임요환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경기야 말로 예측을 불허한다”면서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임요환은 특유의 전략적 플레이로 상대를 공략할 것으로 보이며 홍진호 또한 그들이 맞붙었던 임진록의 전장을 떠올리며 폭풍러시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임요환과 마재윤의 경기의 경우 종족의 대리전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이들은 서로의 종족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저그 대학살자”로 불리는 임요환은 데뷔와 함께 저그 종족을 상대로 많은 승리를 기록했고 테란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는 현재 온게임넷 경기에서 저그전 69.7%의 경이적인 승률을 자랑하며 1위에 랭크돼 있다.

반면 “테란저격수”로 불리는 마재윤은 저그 사상 최초로 3회 연속 MSL 결승에 진출한 현역 최강 저그유저다. 그는 MBC게임에서 대 테란전 72.4%의 승률로 1위에 올라있다. 특히 이들은 종족을 대표하는 선수들임에도 공식무대에서 단 한 번도 맞붙어 본 경험이 없어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마재윤은 “최고의 경기에 설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선배 임요환과의 경기는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고의 명경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큰 무대에서 테란전 최고 킬러의 명성을 확실하게 얻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요환은 “마재윤은 최고의 저그유저다”면서도 “저그를 잘 잡아내는 것으로 유명세를 탄 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저그 대학살자’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경기를 보여줄 것”이다고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은 단 한차례도 경기를 치른 적이 없고 독특한 전략의 임요환과 안정적인 경기운영의 마재윤은 스타일상 상극인만큼 경기전망이 어렵다”면서도 “새롭고 큰 무대를 많이 경험해 온 임요환이 다소 우세할 것이다”고 전망했다.관계자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e스포츠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타플레이어들의 개인리그 부진으로 인한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으며 팬들의 관심을 유도해 차세대 루키들을 스타플레이어로 성장시킬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1년여 동안 볼 수 없었던 임요환과 홍진호의 대전으로 인터넷에선 벌써부터 양 선수 팬들의 대리전이 시작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슈퍼파이트는 이러한 팬들의 관심 유도뿐 아니라 한국e스포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종목다변화와 국제화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CJ미디어의 전동희 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에서 인기있는 ‘스타크래프트’ 경기로 한국e스포츠의 부흥을 이끌고 외국에서 인기 있는 종목을 통해서는 한국e스포츠의 위상을 높여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스타크래프트’는 물론 ‘피파’나 ‘워크래프트 3’ 등의 종목을 운영, 외국에서도 이슈가 되는 대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다른 종목의 붐업을 유도하는 것은 한국e스포츠의 종목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번 대회의 공식명칭은 ‘인텔 코어2 듀오 탑재 매직스테이션이 함께하는 제1회 슈퍼파이트 e스포츠’이며 WEG에서 주관한다. 슈퍼파이트의 대회 프로세스는 대회 3∼4주전 팬투표 진행 및 매치업 선정과 선수섭외를 마친 후 2∼3주전에는 매치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또 1∼2주 전에는 광고를 집행하고 슈퍼파이트 프리즘이라는 백업 프로그램을 통해 팬들의 관심을 최대한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e스포츠 대회로선 파격적으로 XTM, Xports, 엠넷 등 3개 채널에서 동시 생중계함은 물론 네이버와 곰TV 등 국내 포털, 시나닷컴, 톰닷컴 등 중국 포털을 통해서도 중계할 예정이다.

CJ미디어는 슈퍼파이트를 게임방송 채널로 가는 중간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CJ미디어의 강석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게임은 가장 한국적이며 가장 세계적인 콘텐츠로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정확한 시기를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게임 채널 개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대회는 XTM과 Xports의 콘텐츠 공백을 메우는 용도인 동시에 게임 방송을 준비하는 단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