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접속료 조정 `유선`보전에 초점

 그동안 하반기 통신업계 최대 이슈로 부각돼 온 상호접속료 조정이 통신시장 신규 투자 활성화와 유선시장 연착륙을 근간으로 하는 대폭 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기다 지난 2004년 첫 도입된 장기증분 원가모형에 따라 사업자별로 망 투자 원가를 더욱 꼼꼼히 반영, KTF·LG텔레콤 등 후발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배려도 한층 축소됐다. 이에 따라 ‘비대칭 규제’ 원칙을 앞세운 후발사업자에 대한 일방적인 배려는 앞으로 서서히 줄어들 전망이다.

◇KT 16.57원, SKT 33.13원, KTF 40.06원, LGT 47원=상호접속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1분당 통화 원가가 KT와 SK텔레콤는 올해 각각 16.57원(시내)과 33.13원,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은 각각 40.06원과 47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내년 1분당 통화원가도 KT 17.32원(시내), SKT 32.77원, KTF 39.60원, LGT 45.13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2004년의 경우 접속료 개별원가는 KT 15.57원(시내), SKT 33.86원, KTF 41원, LGT 50.99원으로 이동통신사끼리의 통화를 가정할 경우 LGT는 SKT와의 접속료 원가에서 17.13원, KTF는 7.14원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LGT 13.87원, KTF 6.93원으로 접속료 원가 차이가 대폭 줄었다.

◇신규 투자촉진에 방점=이번 접속료 조정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WCDMA/HSDPA 등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와 유선의 광대역통합망(BcN) 투자분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정통부가 WCDMA를 별도 역무로 지정할 당시만 해도, 3G망 투자규모를 접속료에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이미 SK텔레콤·KTF를 합쳐 3조원 가까이 투입된 만큼 2G 요율과 합산할 경우 접속료는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3G 투자분을 아예 제외시킬 경우 사업자들의 신규 투자의욕을 꺽는 것은 물론, 앞으로 2년 뒤 접속료 산정에 이를 반영하게 되면 엄청나게 올라가게 된다.

결국 사업자들의 투자동기를 떨어뜨리지 않고 또한 과도한 이윤은 주지 않겠다는 접속료 규제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KT 등 유선사업자들의 BcN 투자분을 일정정도 감안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비록 지금까지는 BcN 투자규모가 많지 않으나 매출감소에 봉착한 유선사업자들에게 다소나마 혜택을 주는 동시에, 앞으로 BcN 투자를 소홀히하지 말라는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새 규제틀의 지렛대=이번 상호접속료 산정결과는 노준형 장관 취임 이후 일관된 통신규제 정책기조였던 ‘원칙론’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사업자들이 투자한 만큼 가장 현실적인 원가를 반영하되, 비대칭규제 수단의 일환으로 예전처럼 사업자들의 과다 이윤은 보장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KTF·LG텔레콤 등 후발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요율이 각각 15%, 16% 가량 떨어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과는 접속요율에서 최고 40%까지 혜택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소외됐던 유선사업자들이나 요율 급감으로 인한 수익감소를 우려하는 후발 이통사, 3G 망 원가 반영을 요구했던 SK텔레콤·KTF 등 선발 이통사의 이해관계를 절묘하게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현실과 향후 예상되는 변화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정통부의 새 통신규제 틀 작업도 이번 접속료 결과를 통해 방향성을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통신사업자들의 보호막을 더 이상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면서 “새 통신규제 틀의 핵심은 시장경쟁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접속료 결과도 새로운 통신규제 틀의 최우선 순위이자 가장 큰 숙제인 시장경쟁 활성화와 신규 투자 촉진을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추락하는 유선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소폭이나마 접속료 혜택을 준 것이나, 3G·BcN 투자분의 원가 반영이 단적인 사례다.

◇업계 파장=대부분 예견된 결과지만 이번 접속료 조정으로 사업자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해 전체 접속료 정산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SK텔레콤은 올해 1300억원 가량의 흑자가 예상된다. 후발 이통사에게 지불하는 접속료 규모가 15∼16% 가량 떨어진데다, 타 사업자로부터 받는 접속요율이 1원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반대로 후발 이통사인 KTF·LG텔레콤은 적지 않은 수준의 접속료 수입감소가 예상된다. 지난해 4000억원 가까운 접속료 정산 흑자를 기록했던 KTF는 당장 올해 1200억원 정도 감소한 2800억원 흑자가 예상된다. LG텔레콤은 지난해 당기순익보다 많은 2745억원을 접속료 정산 수지로 벌어들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600억원 이상 감소한 2100억원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유선사업자의 대표격인 KT로선 비록 미미하지만 올해 120억∼130억원 가량의 접속료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접속료 정산시기마다 관례처럼 단행돼 왔던 ‘유선에서 무선으로 거는(LM)’ 통화료 인하 요구가 또 다시 불거질지가 걱정거리다.

정통부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올해 접속료 조정 규모는 크지 않은데다 전체 통화시장에서 LM 통화량도 갈수록 줄고 있다”면서 “요금인하보다는 일부 LM 할인요금 프로그램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승정·서한기자@전자신문, sjpark·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