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지털TV 시장 공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우리나라의 디지털TV 전환이 늦어져 당초 목표로 했던 2010년 완전 전환은 불가능하며 오는 2015년에나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국이나 영국보다 5년 이상 디지털TV 전환이 늦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보통신부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디지털TV 보급대수는 309만대며 2010년에도 보급률이 전체 가구의 52%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당초 계획했던 2010년께 아날로그TV 송출 중단 계획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TV 보급뿐만 아니라 디지털방송 수신가구도 한국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300만 가구(17%)에 그쳐 영국 1700만 가구(68.1%), 미국 5900만 가구(55.0%)에 비해 크게 뒤졌다.
지난 98년부터 디지털TV 전환에 나선 영국과 미국은 디지털TV 보급률이 이미 50%를 넘어 당초 계획대로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고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중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이상, 아날로그 방송 송출 중단은 오는 2015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세계 디지털TV 시장 장악은 불가능하게 된다.
정통부는 우리나라가 영국과 미국보다 빨리 디지털TV 전환을 시도했지만 5년 이상 늦어진 이유로 △4년여에 걸친 디지털TV 전송방식 논쟁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투자 미비 △투자를 보전할 광고제도 개선 미비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통부와 방송위원회는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를 만들고 지난 14일에는 ‘디지털방송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디지털방송 전환 지원 방법이나 디지털TV 수신환경 개선을 두고 제조업체 간 의견차이가 있고 통신사업자, 유료방송 및 지상파 방송사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대립하고 있어 의견 수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희정 의원은 “디지털방송 전환 특별법을 만든다고 해도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디지털TV 논쟁처럼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며 “정통부와 방송위는 모든 논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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