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시장과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을 노려라.’
대기업 수요 감소로 침체에 빠진 전사자원관리(ERP)업계가 업그레이드와 SMB 시장에 총력을 기울이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업체는 업그레이드 시장을 겨냥해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를 제시해 고객들을 유혹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SMB는 무료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등을 통해 비용 절감 방안을 내놓았다.
김철 한국오라클 본부장은 “ERP 최대 고객이었던 대기업 대부분이 ERP를 도입함에 따라 SMB와 업그레이드 수요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그레이드 시장 노려라=ERP 업그레이드 시장 전망은 밝다. 지난 1996년 삼성전자가 ERP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유행처럼 ERP를 도입했던 대기업들이 이제는 대규모 업그레이드에 나설 시점이 됐다는 게 ERP업계의 일관된 전망이다.
실제로 LG전자·비씨카드·LG텔레콤 등 최근 ERP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거나 완료한 대기업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ERP업체들도 업그레이드 수요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업그레이드가 매출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윈백을 당하면 고객 감소는 물론이고 유지보수 등 고정 매출마저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대안으로 패키지 차원의 단순 업그레이드를 넘어 SOA를 가미한 확장형 ERP를 대기업 고객들에 제시하고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오라클이 이 같은 방법으로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LG전자를 경쟁사에 뺏기지 않고 업그레이드를 추진중이다.
정주영 액센츄어 상무는 “ERP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새로운 컴퓨팅 환경에 적응한다는 측면에서 업그레이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ERP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라는 데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SMB 시장 총공세=국내 업체들의 텃밭이었던 SMB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영림원소프트랩·더존다스 등 국내 업체들의 격전장이었던 SMB에 ERP 시장의 양대 업체인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4분기 마지막 영업을 앞두고 SMB 시장을 겨냥한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며 기선잡기에 나섰다. 단순 행사나 세미나를 넘어 무료 컨설팅 및 진단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며 SMB 고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업체들은 ASP 도입도 과감히 추진했다. 업체들은 ERP는 규모가 커 ASP보다는 패키지 판매에 치중했지만, SMB의 다수 고객 확보를 위해 ASP를 들고 나왔다.
SAP코리아가 이달 한국IBM과 월정액만 받고 ERP를 사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 맞춤형 ‘ERP 온디맨드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오라클도 KT와 함께 비즈메카 플랫폼 기반의 오라클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개발해 온디맨드 방식으로 제공중이다.
권우성 SAP코리아 본부장은 “내년도 경영기획을 수립중인데 SMB 시장의 매출 비중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ERP업체들의 SMB 시장에 대한 영업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간판 SMB ERP업체인 더존다스는 외국계 기업의 공략에 맞서 SOA 기반의 웹서비스 기술을 적용한 ERP시스템인 ‘네오 아이큐브’를 이달 말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영림원소프트랩도 오는 11월 신제품 출시와 함께 SMB 시장에 대한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 몰락 위기=이 과정에서 상당수 국내 ERP업체가 몰락 위기를 맞고 있다.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정면 출동 양상을 보이면서 제품과 자금력에서 밀리는 영세업체들이 시장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대기업 업그레이드 시장에 뛰어들 수 없는 데 비해 외국계 업체들은 브랜드와 제품력을 앞세워 SMB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국내 ERP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