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패널업계 "움츠러든`갑`과 당당해진 `을`"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LCD 패널업체가 중소 디스플레이업체 모시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소업체를 상대로 판촉을 강화하고 있는 82인치 상업용 디스플레이(DID) 패널.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LCD 패널업체가 중소 디스플레이업체 모시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소업체를 상대로 판촉을 강화하고 있는 82인치 상업용 디스플레이(DID) 패널.

 ‘중소 디스플레이업체를 모셔라.’

 삼성전자·LG필립스LCD(LPL) 등 한때 ‘슈퍼갑’으로 기세등등하던 LCD패널업체들이 자세를 잔뜩 낮추고 있다. 중소 디스플레이업체 CEO 모임에 영업담당 임원이 직접 찾아가 제품을 소개하는가 하면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한 고객초청 행사도 정례화하고 있다. LCD패널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고객유치에 비상이 걸린데다 패널 사이즈 표준화 경쟁에서 ‘우군’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올해 초만 해도 패널 수급이 불안해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이면서도 패널업체 눈치를 보던 중소업체들도 물량과 가격을 당당히 요구하는 뒤바뀐 ‘풍속도’가 연출되고 있다. 중소업체 ‘입맛’에 맞춰 신제품 개발 일정을 서두르기도 한다.

 ◇중소업체 지원 프로그램 속출=패널업체들의 자세 낮추기는 각종 지원 프로그램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디지털TV(DTV) 금형 개발지원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지난해 LPL이 에이텍 등 중소업체에 42인치 LCD TV 금형 개발을 지원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디보스·이레전자 등에 40인치와 46인치 LCD TV 금형 개발비 10억원가량을 지원한 바 있다. 최근 47인치 풀HD 패널영업을 강화한 LPL은 47인치 LCD TV 금형 개발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패널 운송과정에 발생하는 물류비를 지원하는 이례적인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말 중소 디스플레이업체 모임인 디스플레이기업협의회에 영업담당 임원이 직접 참가, 중소업체의 애로사항을 수렴했다.

 LPL도 지난 2분기 처음으로 주요 고객 CEO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데 이어 분기마다 고객초청 행사를 갖기로 했다.

 ◇뒤바뀐 ‘갑과 을’=최근 중소업체 유치경쟁의 우열이 TV와 모니터를 구분해 뚜렷해지는 것도 패널업체의 태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32인치까지만 해도 팽팽한 접전을 펼친 TV의 경우 40인치 이상 대형 패널 공급에서 42인치와 47인치를 채택한 중소업체들이 수적으로 앞서는 양상이다. 반면에 22·24인치 등 대형 와이드 모니터 패널을 LPL보다 빨리 양산한 삼성전자는 최근 17인치와 19인치에서 LPL 패널을 쓰던 중소업체들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대형 와이드 모니터 패널 수요를 경쟁업체에 뺏기자 LPL은 22인치 와이드 패널 양산 일정을 당초보다 서두르며 조금 기다려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삼성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DID) 패널 판촉을 강화하면서 TV 쪽 열세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패널업체들이 물량과 가격을 거의 일방적으로 정하던 계약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패널업체와 1년간 공급 물량을 일정한 가격에 계약할 것을 요구하는 중소업체도 등장할 정도다.

 DTV업체 한 CEO는 “패널업체들의 대접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패널업체들이 우군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중소업계의 줄서기가 뚜렷해지고 있는데다 향후 패널 수급 상황이 다시 나빠질 수도 있어 대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장지영·김원배기자@전자신문, jyajang·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