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우주에서도 김치찌개가 그리울 거다. 잠을 편히 잘 수 있으면 좋겠고, 우주 시대에 걸맞은 새 메모리 소자도 찾아봐야겠다. 돈 들여 로켓을 쏘아올릴 필요없이 소형 위성을 국제우주정거장(ISS) 부근에 던져 놓을 수도 있다.”
2008년 4월께 한국 첫 우주인이 ISS에서 수행할 과학실험 후보과제 21개가 윤곽을 드러냈다. 한국인이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우주에서 해볼 수 있는 실험과제는 많아야 10∼12개, 과연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는 28일 ‘한국 우주인 과학실험 선정 평가회’를 열어 21개 후보과제의 우선 순위를 정한 뒤 10월 중에 러시아 측과 협의해 최종 과제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사업단장은 “얼마나 산업·과학적으로 의미가 있고, 유용한가에 따라 우선 순위가 정해질 것”이라며 “국제 기여도, 독창성, 제안자의 실험 수행능력, 국민 흥미 유발 등도 중요한 선별 기준”이라고 전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효영 박사팀은 우주 극한 환경에서 ‘분자 메모리 소자’의 특성을 측정해 메모리 현상을 이해하고자 한다. 우주선에 탑재할 초고집적, 초경량 분자 메모리 소자기술을 추구한다.
사람 목소리는 들리고, 기계소음은 차단하는 귀마개도 우주시대 필수 연구대상이다. ISS는 소리가 바깥(우주·진공)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맴돌면서 공기정화팬, 냉각시스템 등의 소음도가 항상 60∼70데시벨(광화문 네거리 수준)에 달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덕주 교수팀이 ISS 모듈 내 소음문제에 도전하고자 하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관심이 높은 분야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팀은 3㎏ 짜리 초소형 위성인 ‘한누리 3호’를 개발해 ISS 밖으로 던져놓는 실험을 제안했다. ISS 진행방향과 반대로 위성을 던져놓으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궤도를 돌며 지구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자원이용연구본부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인에 걸맞을 우주 식단’을 짠다. 고추장·김치·당근·밥·청국장·인삼 등의 편의성·영양성·기호성·소화성을 측정하고 우주인의 생리기능변화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밖에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극한 대기현상 관측(이화여대 박일홍 교수팀) △무중력 상태에서 제올라이트 합성하기(서강대 윤경병 교수팀) △우주 환경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공군항공우주의료원 정기영 원장) △우주에서 유비쿼터스 휴머노이드 임무수행능력 실험(로보티즈 김병수 대표) 등이 제안됐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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