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각) 2006 추계 인텔 개발자 포럼이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인텔 폴 오텔리니 CEO가 5년 내 80코어를 탑재한 프로세서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히자 행사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근 AMD가 무섭게 추격하면서 월가에 구조조정 방침까지 밝힌 인텔. 위기의 순간, 인텔이 구한 답은 역시 ‘성능’이었다. 인텔은 확실한 성능 격차로 경쟁업체를 완전히 따돌리겠다며 공격적인 로드맵과 투자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테라플롭스 시대 연다=인텔은 5년 내에 1개의 CPU에 무려 80개의 코어를 집적한 테라플롭스 프로세서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IDF2006 행사장에 테라플롭스 칩 원형제품(프로토타입)도 공개했다.
1테라플롭스는 초당 1테라바이트 규모의 연산 능력을 뜻한다. 11년 전 발표된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와 같은 성능이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불과 2년 전에 출시된 PC로는 최근 나온 게임·비디오를 즐길 수 없다. 소비자는 더 작은 기기를 더 적은 전력으로 사용하기 원한다”면서 “해결책은 실리콘 기술 향상을 통한 성능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쟁사는 아직 65nm 공정 제품을 1개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텔은 65nm 제품인 코어2듀오, 제온5100을 3개월 만에 각각 500만개, 100만개를 팔아치웠고 45nm 공정으로 신제품 15종을 개발중”이라고 덧붙였다.
◇쿼드코어 등 신제품 출시 줄줄이 앞당겨=인텔은 4개 코어를 집적한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오는 11월 출시한다. 당초 계획보다 1분기 앞당긴 것.
11월 출시될 게임 유저를 위한 하이엔드 쿼드코어 PC 프로세서 ‘코어2 익스트림’과 서버용 쿼드코어 프로세서 ‘제온 5300(클로버타운)’은 기존 제품과 비슷한 전력 소모량에 성능은 50∼70% 이상 높였다는 게 인텔 측의 설명.
일반 PC용 코어2쿼드 CPU와 블레이드 서버용 50W 쿼드코어 제온 프로세서 L5310은 내년 1분기에 출시한다.
인텔은 2년마다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도 새롭게 개발해 2008년에 45nm 기반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 ‘네할름’, 2010년 32nm 기반 ‘제셔’를 출시할 계획이다. 인텔 45나노 공장은 미국 오리건·애리조나, 이스라엘에 짓고 있으며 2007∼2008년에 모두 완공된다.
◇컴퓨팅에서 가전과 통신으로=인텔은 공격 투자로 확보한 인텔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컴퓨팅 영역뿐 아니라 가전과 통신 등 전방위로 확산하기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은 미국 위성 TV업체 다이렉트TV와 손잡고 인텔 바이브 기술을 인증받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셋톱박스를 선보인다고 26일 밝혔다. 통합 디지털미디어어댑터(DMA)를 내장, PC에 저장된 사진·음악·동영상을 TV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인텔은 개발도상국 지역을 겨냥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메모리와 윈도를 탑재한 25만원대 초저가 PC ‘클라스메이트’를 선보이고 내년 초 OEM업체를 통해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폴 오텔리니 CEO는 “데스크톱PC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아직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오고 있지 않다”면서 “100만달러 상금 규모로 인텔 바이브 기술 기반 PC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업계 디자인 혁신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