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중인 삼보컴퓨터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삼보컴퓨터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업체는 7곳이었지만 정작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한두 곳에 불과해 매각 일정에 다소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종 결과가 남아 있지만 벌써 ‘유찰설’까지 나돌고 있다. 결국 7개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업체가 입찰에 참가해 ‘입질’만 요란했다는 평가다.
◇삼보 인수전 ‘변죽만 울렸다’=삼보컴퓨터와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최종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하드디스크 부품업체 H&T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보 인수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H&T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삼보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가장 강하게 표방한 업체. 이 회사는 최종 시한을 남기고 인수 금액, 삼보 채권 규모 등을 이유로 원점에서 재검토까지 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삼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다음으로 유력했던 레노버그룹은 27일 오전까지 본사와 막판 협의를 가졌지만 결국 이번 입찰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레노버코리아 측은 “삼보의 국내 유통망 등에 관심이 있어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주간사에서 제시한 매각 금액 등이 예상치와 너무 차이가 커 이번 입찰에는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의 가장 큰 변수였던 MBK파트너스도 한발 물러섰다. 삼보뿐 아니라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정밀·VK 등 부도가 났거나 부도 위기에 몰린 국내 업체 인수전에 빠짐없이 뛰어들었던 MBK는 투자자 자금으로 운용하는 사모펀드로 1조원의 실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 의향서를 제출한 업체 중 하나인 일본 노트북PC 제조업체 엠시제이(MCJ)도 최종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유찰’ 가능성도 제기=입찰이 마감되면서 얼추 새로운 주인의 윤곽이 나왔지만 매각 자체가 유찰될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매각 협상 가격. 단독 입찰은 결격 사유는 아니지만 법원이 확정한 ‘예가’와 참여업체가 제안한 ‘입찰가’가 크게 차이가 나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양방 의견이 크게 엇갈린 상태다. 법원과 주간사가 자체 실사를 거쳐 암묵적으로 알려진 인수 가격은 2000억∼2500억원 수준. 하지만 이에 대해 정작 참여업체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가격이라고 입찰 전부터 ‘신경전’을 벌여 왔다.
여기에 최근 삼보컴퓨터가 받아야 할 매출 채권이 과다하게 자산으로 잡혀 매각 가격이 높아졌다는 주장까지 제시됐다. 자회사의 재무구조가 어려워 사실상 이 돈을 100% 받을 가능성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몽땅 삼보컴퓨터 실사가격에 포함됐다는 것. 업계에서는 갚아야 할 채권액이 2000억원의15%에 해당하는 3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수 유력 기업인 H&T는 매출 채권 가격 차이에 대한 이견 때문에 주간사에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직 최종 발표가 남았지만 유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삼정KPMG 쪽은 “27일 입찰에 참가한 업체를 대상으로 최종 심의를 통해 늦어도 연휴 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끌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