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전문 성호그룹이 연매출 3500억원대의 중견 IT서비스 업체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한다. 비IT 기업이 IT서비스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히 IT서비스 업계 4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 우량 중견업체 대상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건은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성호그룹은 어떤 회사=미라콤아이앤씨가 보유한 최대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하는 성호그룹은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규모 5000억원대의 그룹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에는 9개 전체 계열사가 아닌 일부만 참여한다.
성호그룹 계열사 가운데 성호인터내셔날종합건설·성현산업 등은 주력사업이 건설분야고 호성·성혜·송천개발·여삼 등은 개발·임대사업 전문업체다. 이 밖에도 미국에서도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토목자재 제조업체 성호철관, 내화단열 흡음재·무기재료 등을 재조하는 성현퍼라이트와 성현케미칼 등이 계열사로 포진해 있다.
성호그룹은 단순 건설사업을 넘어 기술연구소를 두고 무기화학·무기재료·고분자화학 등의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하는 발전지향적 건설그룹이다. 이번에 현대정보기술 인수를 통해 IT산업 본격화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된다.
◇인수 배경=현대정보기술 인수를 결정한 것은 성호그룹 창업자 송재성 회장의 결심에서 비롯됐다. 74세의 고령이지만 남다른 추진력과 결단력을 소유한 송 회장은 그룹의 최종 목적지는 IT산업이 될 것이라고 줄곧 강조해왔다.
내무부 항만과, 건설부, 감사원 등을 거치며 이사관까지 지낸 송 회장은 29년전 사업가로 변신해 계열사를 9개로 늘렸다. 몇년 전부터는 창업 또는 인수를 통해 IT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기반 을 다져왔다. 이번 인수도 송 회장이 일선에서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정보기술 인수를 결심한 것은 IT서비스 사업 자체를 IT 전반의 기술 선도 첨단 업종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정보기술이 타 IT서비스 업체와는 달리 대기업 그룹 지배에 있지 않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1290여명의 직원을 둔 현대정보기술은 지난해 3446억원 매출에 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상반기 매출 1571억원에 영업이익 33억원을 올렸는데, 하반기 들어서도 공공 등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중이어서 회사 인수 매력은 충분하다.
◇일정 및 전망=성호그룹은 미라콤아이앤씨의 지분 전체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될 계획이다. 미라콤아이앤씨는 협상 창구 단일화를 위해 한국HP가 보유한 지분 9.93% 전량을 지난 27일 인수했다. 이후 일정은 추석연휴가 낀 다음주 초에 본계약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4일 지분 양수도 내용을 대외에 공표할 예정이다.
계약에 따른 지분 인수대금 납입도 다음달 이뤄질 예정이어서 현대정보기술은 10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지분 매각가격은 미라콤아이앤씨가 2004년 3월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할 때보다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당시 미라콤아이앤씨는 하이닉스반도체가 보유한 지분을 주당 1500∼1600원에 인수했다. 28일 현재 현대정보기술의 주당 가격은 35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장내 매각이 아닌 장외 대량 지분 매각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일정 부분의 할인을 감안하더라도 주당 최소 800∼1000원의 매각 차익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HP 지분을 주당 2300원 수준에 미라콤아이앤씨가 매입했기 때문에 주당 매각가격이 그 이하로 책정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현대정보기술 주인이 바뀜에 따라 업계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성호그룹이 회사를 인수하더라도 사업방식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므로 과거 미라콤아이앤씨가 현대정보기술 인수 후 시장 변화가 없었듯, 이번에도 시장 파급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김현수 한국IT서비스학회장은 “현대정보기술은 이미 2004년 대기업에서 분리 매각된 이후 꾸준히 홀로서기 작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대주주 변경에 따른 업계 판도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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