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김성진 기자의 피파07 몸소 체험기

‘피파 07’은 명실공히 축구게임계의 지존으로 군림하려는 EA스포츠의 야심이 숨어 있다. EA스포츠는 세계 1위의 게임업체고 누구도 따라 오기 힘든 스포츠 게임의 왕이지만, 유독 축구에서는 ‘위닝일레븐’에게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이제 ‘피파 07’은 EA스포츠만이 지닐 수 있는 특유의 색깔로 절대적인 축구의 일인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피파’를 논하면 반드시 ‘위닝일레븐’을 거론하게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마치 실과 바늘처럼 하나의 작품으로만 입을 열기엔 부족하다. 이 두 작품은 반드시 비교하면서 설명돼야만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이번 ‘피파 07’은 기존의 모든 시리즈를 분석하고 다시 연구해 새롭게 개발된 작품이다. ‘피파’가 PC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며 특유의 컨트롤과 유저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던 전통을 이제 다시 찾고 있다.

이에 비해 ‘위닝일레븐’은 태생의 한계가 콘솔이었고 게임패드의 조작에 최적화된 컨트롤을 추구했다. 최근에는 플랫폼의 경계가 없어져 멀티 플랫폼 제작으로 방향이 전환되면서 PC와 콘솔의 차이가 없어졌으나 ‘피파’의 전통은 그대로이다.

‘피파’ 개발진은 축구를 오로지 ‘게임’으로 설정하고 ‘게임’이라는 컨셉트에 적용될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래서 현실적인 목표가 아닌 골을 넣고 경쟁을 펼치는 단순 논리로 인해 아케이드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위닝일레븐’은 정반대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를 고스란히 게임으로 담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미드필드 싸움이 벌어지는 전대미문의 수작이 탄생된 것이다.

 

‘피파’가 게임으로 즐기는 축구를 찾았다면 ‘위닝일레븐’은 현실 축구를 추구했다. 어느 쪽이 옳다라고 답을 내릴 순 없다. 단지 유저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판매량만 보면 ‘피파’의 압도적인 승리가 매번 이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익히기 쉽고 단순 명쾌한 플레이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니아들과 평론가들은 작품성에서 ‘피파’를 비난하는 일이 잦았기에 EA스포츠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실험적 태도를 몇 년 전부터 드러냈었다. 그리고 이제 ‘피파 07’이 등장한 것이다.‘피파 07’은 EA스포츠의 의지가 담긴 역작이다. 그래픽만 따져도 믿기 힘든 수준이다. 실제 스타 플레이어들의 얼굴을 완벽하게 모델링 해 한눈에 누가 누군지 금새 알아볼 수 있다.

또 경기장과 잔디, 유니폼 등의 디테일은 지금까지 시리즈 가운데 가장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게다가 잔디와 날씨 등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겉보기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모션은 또 어떤가. 박지성 선수 덕분으로 프리미어리그가 방영되는 요즘엔, 유럽 축구의 박진감 넘치는 힘과 현란한 기술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그들의 힘차고 날쌘 움직임은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는데 ‘피파 07’에서 이를 담아내고 있다. 드리블과 패스, 슈팅에 있어 모든 동작들이 모션 캡춰의 한계를 뛰어 넘어 현실적인 행동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

이러한 컨트롤을 유저가 실제 조작하면 마치 자신이 축구선수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피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비현실적인 측면을 죽이지 않고 살리면서도 최대한 현실과 접목하는 설정이 바로 ‘피파 07’의 핵심이다.

이번 ‘피파 07’은 전세계 20개국의 27개 리그가 탑재됐고 총 510여개의 팀에 대한 유니폼과 로고 라이선스를 받았다.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세계 1위 게임그룹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피파 협회와 독점 계약을 맺고 큰 틀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과거와 달리, 각국 리그 협회와도 별도로 계약을 체결해 더욱 확고부동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로지 ‘피파07’에서만 볼 수 있는 선수, 구단 등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 가치가 더욱 높다.플레이 시스템은 어려워졌다고 해야 옳다. 자로 잰 듯한 패스와 송곳으로 찌르는 슈팅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공은 철저히 물리 엔진에 의해 반응하며 골키퍼 인공지능도 최선을 다 한다.

공을 받는 선수들의 움직임에 많은 변화가 보이고 템포 또한 빨라졌다. 그러나 특정한 공식으로 특정 루트를 통해 무조건 골이 터지는 단점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매년 조금씩 향상됐으나 이것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까다롭게 변했지만 쉬운 플레이는 버리지 않아 ‘피파’의 개성은 죽지 않고 있다.

‘피파 07’의 장애물은 사실 ‘위닝일레븐’이 아니라 ‘피파 온라인’이다. 스스로 온라인으로 등장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며 유저들의 인기를 한몸에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패키지 ‘피파 07’을 구입해야할 이유는 많지 않다.

온라인이 전혀 불가능한 지역에 살고 있다면 모르겠으나 국내 인터넷 보급률을 보면 그럴 가능성도 낮다. 결국 ‘피파 07’은 ‘피파 온라인’보다 월등한 장점을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나 그것은 처음부터 무리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효과가 아니라 복제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자기 스스로를 밀어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피파 07’은 그 첫번째 실험 대상에 올랐고 의미심장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