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에 대한 국회의 정기 국정감사가 이달 11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국감은 그 어느 국감 때보다도 뜨겁고 치열한 격전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번호 명의 도용에서 ‘바다이야기’ 사태에 이르기까지 게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증폭되고 있는데다 이로인한 사회문제가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비롯됐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는 야당측의 목소리가 드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하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이 직·간접적으로 ‘바다이야기’에 개입됐다고 보고 있는 한나라당 등 야당측의 추궁이 집요할 것으로 보여 파란이 예상된다. 또 이번 국감을 계기로 국내 게임산업이 대대적인 수술을 맞게 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국감 수위에 비상한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바다이야기’ 사건이 이미 정치적 이슈로 변질된데다 여야가 서로 정치공방만 벌릴 경우 밀도있은 국감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e스포츠 육성방안 등 정책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변죽만 울리다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감에서 정치적 이슈도 중요하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검증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테면 세계 게임 3대 강국 실현의 주춧돌을 놓는 해인 만큼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대안과 방향을 따져 보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문화부 국감에서 다뤄질 주요 사안은 ‘바다이야기’ 사건의 실체와 함께 오는 29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는 게임진흥법 및 그에 따라 출범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위상 문제 등이다.
이와함께 ‘바다이야기’ 후폭풍으로 그동안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았던 게임산업개발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KA)의 통폐합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게임산업을 누가 관장하느냐의 여부를 놓고 주무부처 논란도 재연될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다. 사안별로 이슈를 정리해 본다.올해 문화부 국감의 최대 관심사는 ‘바다이야기’ 사태 발생 배경과 문화부의 정책 입안 과정 및 역할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로부터 정책실패라는 평가를 받은 문화부로선 이 문제로 인해 가장 혹독한 고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개발원, 영등위도 주요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등위의 경우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조직내 비리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바다이야기’ 관련 쟁점사항은 상품권 지정제 도입 배경과 상품권 업체 선정과정에서의 로비, 등급분류 과정에서의 로비. 사후관리 부실 등이 될 전망이다.
상품권 지정제 도입은 일명 ‘딱지’를 근절시키기 위해 문화부가 내놓은 대안책. 국감장에서는 상품권 지정제 도입이 가져올 파장을 미리 사전에 예측못했다는 야당측의 비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추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정상품권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로비나 등급분류 과정에서의 로비에 대해서는 문화부나 개발원, 영등위가 발을 빼고 있어 이를 둘러싼 설전도 예상된다.
사후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공방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후관리는 영등위에서 책임을 지고 있지만 영등위는 그동안 인력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불가피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이며 그 책임유무가 문화부나 개발원으로 옮겨질 경우 큰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물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도 또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게임물 법률안의 경우 지난 4월에 국회를 통과, 10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바다이야기’ 사태로 핫이슈가 된 사행성 게임물에 관한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9개의 개정안이 문화관광위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이같은 이유로 게임물진흥에 관한 법률이 안고 있는 사행성 기준의 비현실성 문제가 쟁점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법이 지나치게 산업 진흥에만 초점이 맞춰진게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등위)의 위상과 역할도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미 ‘바다이야기’로 영등위의 위상이 추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게임등위의 위상에 대한 문제가 집중 거론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영등위의 폐단으로 지적된 전문성이나 도덕성 부재 등이 문제가 된 만큼 게임등위 내의 장치 유무에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등위의 전문성 문제도 야당측이 짚고가겠다고 벼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개발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의 통·폐합 부분도 집중 감사의 대상이다. 이미 개발원과 KOKA의 통·폐합은 감사원 감사 때도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바다이야기’ 이후 개발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개발원을 통·폐합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개발원은 그러나 이미 조직 및 기능 축소를 단행한데다 문화부가 게임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개발원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여 의원들과의 설전이 예상된다.
비록 내부에서도 정통부의 소프트웨어진흥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발원을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않지만 독자적인 개발원의 역할이 긴요하고 산업논리를 개발하고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개발원의 존치가 불가피 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 현안으로 제기되기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바다이야기’ 사태를 비롯해 최근 주요 현안에서 문화부의 정책 부실과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게임 주무부처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즉, 문화부는 심의 등 사후관리에 치중하고 전반적인 산업 진흥과 관련 업무는 정통부나 산자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문화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문화부의 정책실패에 따른 추궁이기 때문에 쉽게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화부는 이미 게임산업과 관련 부처간 조율이 마무리된 만큼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 자체를 꺼릴 것으로 보인다.게임역기능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게임이 이미 생활 깊숙히 파고들면서 게임의 역기능인 중독, 사행성 등이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문화부는 이와 관련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원질책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는 건전게임문화 조성 등을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지만 로드맵이 없는 상태여서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