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P형에게

오랜만에 P형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P형이 그토록 사랑하는 대한민국은 지금 격동의 시대를 맞이한 듯한 착각이 들만큼 시끄럽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여야의 대치가 끝이 안보이고 사회적으로는 때아닌 좌우의 대립으로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때문인지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렇다 손 치더라도 내년 경기마저 낙관적이지 않다니 암담할 따름입니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P형이 큰 관심을 보여온 콘텐츠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영화·연예·방송드라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게임은 킬러 콘텐츠로써 수출 선봉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이 최고의 상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 그들의 노고가 너무나 큼니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밝지않습니다. 여전히 그들은 산업의 겉가지에 머물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고 정부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인들의 표정은 더 어둡습니다. 대한민국 사회를 온통 뒤집어놓은 ‘바다이야기’란 도박기기로 인해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P형, 그 도박기기가 정말 게임입니까. 그 것은 게임의 탈을 쓴 것일 뿐 게임의 본류와는 전혀 무관한 것입니다.

 

우스꽝스러운 일은 게임산업의 초석을 다진 게 마치 자신들인 것 처럼 행세하던 위정자들이 ‘바다이야기’사건이 터지니까 모두 무대 밖으로 숨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한사람의 의인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모두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그리고 산업 육성을 외치던 사람들은 모두 죄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일은 사전에 예측했어야 옳았습니다. 아니 수직곡선을 그릴 때 재정비의 준비를 했어야 마땅했습니다. 홍역을 치른 것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댓가가 너무 크지만 이를 계기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고개 숙인 게임인들의 의기소침이 장시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P형도 잘 알다시피 게임산업이 정부와 위정자들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스스로 길을 열고 터를 잡고 기둥을 세웠습니다. 말 그대로 민초들이 만들었고 그들과 함께한 게임인들이 일군 산업입니다. 그런 그들이 지금은 때 아니게 돌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곤란합니다. 이젠 멈춰야 합니다.



대신 그들이 다시 뛰도록 신명난 일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기지개를 켤 수 있는 특단의 대책으로 상처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합니다.

 

P형. 한 해를 마감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솔직히 올해 게임인들은 세계 3대 게임강국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다부진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그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그들의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P형이 그곳에서 많은 격려를 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그 누구의 도움 없이 당신들은 스스로 앞날을 개척해 왔노라고.



P형. 이만 줄이겠습니다. 환절기 건강 유념하십시요.

<편집국장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