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유통 전문업체들이 잇따라 제조업에 진출하고 있다.
제조에서 유통까지 ‘일괄 생산·판매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시장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엔티엔에스씨앤씨·이화테크·원플러스 등 용산 전자상가 등지에서 가전 및 IT제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해온 업체들이 잇따라 LCD모니터 제조업에 진출했다. 또 전자부품을 주로 유통해온 큐리오전자는 올 들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단말기를 자체 개발 했다. 이에 앞서 필립스 모니터를 수입 판매하던 금미전자는 지난 2004년부터 자체 생산라인을 갖추고 모니터 제조와 유통사업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들어 가전·IT제품의 가격 변동이 심하고 제품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평옥 엔티엔에스씨 사장은 “13년간 유통에만 주력하다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다”며 “자체 공장에서 주문에 맞춰 생산하면서 제품이 없어 못 팔거나 반대로 재고량이 많아 재고비용이 발생하는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유통업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얻은 고객의 기호를 반영한 ‘DIY제품’ 개발이나 공동구매 등을 적극 추진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진출은 연구개발(R&D), 사후서비스(AS) 등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아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성 약화로 유통업마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김명환 금미전자 사장은 “유통과 제조를 함께 하면 시너지가 적지 않지만 R&D 인력이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LCD 모니터의 경우 대기업들이 패널 가격인하 정보를 미리 알고 이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반면 중소업체들은 정보 부족으로 비싼 가격에 부품을 조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