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839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중대형 라우터 국산화사업이 개발파트너 기업 캐스피언네트웍스의 파산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중대형 라우터는 광대역융합망(BcN)에 가장 널리, 중요하게 쓰이는 장비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으로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 원천기술 확보 사업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8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내기업이 국책자금으로 추진해온 고품질서비스(QoS) 대용량 라우터 개발 과정에서 핵심 기술 이전을 담당해오던 미국의 벤처기업 캐스피언네트웍스가 최근 현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ETRI의 BcN시스템연구그룹 책임자 등이 미국에 급파돼 현재까지 진행해온 개발사업 차질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특히 캐스피언 측이 제공해온 핵심기술의 지적재산권(IPR)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현지에서 파산전문 변호사까지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파산 절차가 아직 진행중이어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는데다 앞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캐스피언의 경영부실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는 점에서 자칫 책임 소재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중대형 라우터 개발 프로젝트는 IT-839 인프라 분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개발과 시험망 도입 등을 위해 지금까지 수백억원대의 정부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ETRI와 캐스피언은 지난 2004년 말 1차 장비를 개발, 지난해 전자정부용 통신망 IP 연동기반을 비롯,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이 추진하는 BcN 시험사업망 및 광대역통합연구개발망 등에 적용한 바 있다. 최근에는 2차 장비 개발을 완료하고 전자정부 사업을 추진중인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BcN 사업자 등에 공급을 앞두고 있었다.
이에 따라 캐스피언이 제공한 핵심기술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제 소송은 물론이고 프로젝트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TRI 담당자는 “캐스피언 측에서 파산신청 소식을 듣고, 미국을 방문해 IPR 확보 등을 위한 관련 조치를 취한 상태”라며 “정확한 추이는 한두 주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99년 미국 실리콘밸리를 근거로 출범한 캐스피언네트웍스는 한때 외부에서 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 패킷단위보다 한 단계 앞선 플로(flow) 기반의 IP 기술로 인정을 받던 벤처기업이다. 지난 2003년 한국에 진출, 2004년 ETRI와 공동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설립해 연구를 진행해 왔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