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환율 안정 등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충격파가 하루 만에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북한과 직접 추진중인 IT 협력사업은 지연·재검토 등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대북 IT협력 사업자들은 10일에도 모든 업무를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등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의 남북 경협에 대한 전면 재검토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이날 미국이 유엔에 제출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 초안이 예상대로 강경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최악의 경우 사업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성공단은 입주기업이 100% 자본을 투자해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지은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논리로 해석돼서는 안 되며 공단으로서 기업 활동이 계속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북한의 핵실험 강행에도 불구하고 대북사업 관련 IT기업 및 기관은 정부의 별다른 지침이 없는 한 모든 업무와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태도다. 개성공단 전력 공급 관련, 산업자원부 및 한국전력은 “전력 부문만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전체 대처 방향이 확정된 후 통신·수도 등 다른 인프라와 연계해서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내 4000평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을 건설중인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남북 SW 공동개발(삼성전자), 남북 프로그램 공동개발(하나비즈닷컴) 등 6개 분야에서 벌이고 있는 남북 SW 협력사업에도 특별한 이상징후는 없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파악한 바로는 이들 남북 경협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아직은 어떤 결정을 내릴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밖에 내달 3일 외국인 투자자 50∼60명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키로 한 KOTRA 인베스트코리아도 별도의 정부 방침이 없는 한 강행할 계획이며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예정대로 내달 개성공단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태풍의 눈’ 속에 있는 불안감=그러나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불허의 상황인만큼 관련업체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개성공단 내 개성지사를 설립하고 남북 간 직통전화를 연결하고 있는 KT는 이번 사태로 상당한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KT는 올 하반기에 3000평 규모의 부지에 통신센터를 착공, 1만회선 규모의 통신시설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터 작업도 하지 못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또 향후 2단계 250만평, 3단계 550만평 조성 등에 맞춰 첨단 IT시설 구축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남북 정보통신 교류협력을 활성화해 나간다는 3단계 중기 전략도 불투명해졌다.
KT 측은 “통신망은 단지 조성에 들어가는 인프라 중 하나기 때문에 KT 정보통신 사업 자체가 좌초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일단 남북 경협에 대한 정부 태도가 정해지면 그에 준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에 SW개발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공제조합도 향후 진척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재원 공제조합 전무는 “그렇지 않아도 여러 문제가 겹쳐 개성공단 SW개발센터 건립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핵실험까지 겹쳐 앞으로 사업 추진에 더욱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부 방침에 촉각=대북 IT사업자들은 향후 정부가 어떤 방침을 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국내 여론과 국제 사회의 강경한 제재 분위기로 인해 대북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재영솔루텍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을 전면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릴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북핵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이달 말 예정돼 있는 한·미 FTA 4차협상에서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태도를 고수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자원부의 고위 관계자는 10일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문제는 한·미 양국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현재 바뀐 것은 없으며 끝까지 (미국 측을) 설명하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내년 개성공단 예산 축소 여부도 주목된다. 개성공단 내년 예산은 983억원으로 올해(703억원)보다 40%가량 증액됐다. 이와 관련,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통일외교통상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실 관계자는 “UN의 결의안에 따라 모든 것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현재 속단하기는 힘들다”며 “단지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 대비책 없이 중단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