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은 생존이다]통신분야-`협력 네트워크`가 성공 이끈다

 세계적인 슬림폰 열풍으로 출시 2년 만에 5000만대 이상 팔린 모토로라의 초슬림 휴대폰 ‘레이저’. 이 제품이 성공한 데는 삼영테크놀로지라는 중소기업이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휴대폰용 금속 키패드를 만들어 모토로라에 전량 공급하는 국내 중소 부품업체. 지난 2년전, 모토로라는 삼영테크놀로지로부터 휴대폰 두께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일체형 금속 키패드’를 공급받아 레이저폰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결과, 레이저폰은 노키아와 삼성전자·LG전자 등의 거센 추격으로 추락 직전에 있던 모토로라의 운명을 일거에 뒤바꿔 놓았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컨버전스 시대에는 아무리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연관 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라며 “대기업도 이제는 과거의 ‘갑·을 관계’에서 탈피해 중소기업과 대등하고 수평적인 파트너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공정한 거래 관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통신 분야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은 이제 단순한 홍보나 시혜 차원을 뛰어넘어 생존의 문제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이미 주요 통신사업자와 IT중소벤처기업간 협력촉진을 위해 대기업 구매담당임원과 IT벤처기업연합회(KOIVA) 관계자들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구성, 운영돼 왔다. 지난해에는 IT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방안을 골자로 한 통신사업자와 IT중소벤처기업간 상생협력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통신사업자와 IT중소벤처기업간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합의서에는 △가격중심의 낙찰방식을 개선 △수요예보제 도입 △무상 A/S기간 및 유지보수비 산정 방식 개선 △생산업체와의 직거래 추진 △현금결제 확대 및 어음결제기간 단축 △납품기업 원스톱 지원 △상생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이 포함됐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IT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통신사업자들의 자체평가를 근거로 상생협력 이행 수준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통부는 KT, 데이콤, 하나로통신, 파워콤, SKT, KTF, LG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와 IT벤처기업연합회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상생 협력 발전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올 상반기 통신분야 대-중소 상생협력 정도를 점검한 결과에서도 통신분야 대-중소 상생협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지난 한해 동안 점검한 결과를 토대로 이행지표 항목 중 잘 이행되고 있는 항목은 제외하고 IT 중소·벤처기업, 통신사업자의 의견을 수렴해 중소기업의 지원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표를 수정했다. 또 대·중소기업 간 평가 배점비율을 변경(70:30→50:50)해 상생하여 상생협력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의견 반영을 강화했다.

상생협력 점검결과를 부문별로 보면 ‘종합평가제’와 ‘결제조건’은 전기에 비해 개선됐으나, ‘고객서비스(AS) 및 유지보수’와 ‘생산업체 직거래’는 다소 주춤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품목 구매시 종합평가제 적용이 증가하고 가격비중이 감소했으며 현금결제 확대, 결제횟수 증가 등 결제조건의 개선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올 하반기에도 KT는 신뢰도 시험 유보금(20%) 폐지, LG데이콤은 대금지급 횟수 확대(월 2회), LG파워콤은 합리적 AS비용 산정지급, 하나로텔레콤은 대금 전액 현금지급, SK텔레콤은 성과공유제 도입, LG텔레콤은 협력사 역량강화 교육프로그램 운영, KTF는 협력사 풀 운영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 대부분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평가위원단을 구성하는 등 이행지표 평가방법 개선과 함께 대중소상생협력 교육프로그램 운영, 해외시장 공통진출 프로그램 활성화 등 다양한 대·중소 상생협력 방안이 발굴, 운영될 예정이다.

정통부 손승현 중소기업지원팀장은 “통신사업자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상생협력에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해외 통신사업자의 우수사례를 조사해 국내에 접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