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대·중소기업 간 상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세계적인 상생협력 추세를 타고 국내 통신사업자들도 투자자금 지원이나 경영기법 교육 등 단순한 ‘물리적 상생’ 수준을 뛰어넘어 핵심부품 공동개발, 해외 동반 진출 등 중소 벤처기업들과의 화학적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IT시장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자본력·R&D인프라·마케팅역량 등을 보유한 대기업의 하드웨어와 벤처정신, 창의적 아이디어 및 콘텐츠 등을 갖춘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상생협력 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파트너 해외수출 지원=지난 8월, 매출 29억원에 불과한 한 중소 벤처기업이 3세대이동통신(WCDMA) 중계기 분야에서 수출 대박을 터뜨렸다. 중계기 전문업체 알에프윈도우(대표 이성재)가 일본의 3개 WCDMA 사업자 가운데 한 곳과 4000만달러 규모의 간섭제거시스템(ICS) 중계기 공급을 따낸 것. 이는 국내 중계기 단일 품목 수출 계약 사상 최대 규모다.
알에프윈도우가 수출 대박을 터뜨린 이면에는 SK텔레콤의 숨은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4년부터 알에프윈도우에 기술과 개발비를 지원하고 ICS장비를 공동 개발해 왔다. 지난해년부터 RF윈도우는 SK텔레콤 상용망에 장비를 공급, 지속적인 장비 성능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특히 알에프윈도우가 일본 이동통신사에 장비수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성능과 상용화 검증을 요구하는 일본 이통사 측에 SK텔레콤은 협력사 지원 차원에서 ICS 중계기의 필요성과 효용성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실제 운용사례도 소개했다.
이성재 사장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일궈낸 이번 수출 성과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는 ICS 중계기 시장에서 국산 장비의 진가를 알린 사건”이라며 “스페인·인도·대만·동남아 등의 이동통신사업자들과도 협의가 진행중이어서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추가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새로운 시장 기회 창출=번호이동성과 모바일 뱅킹이 등장하면서 스마트카드를 이용한 모바일 커머스와 모바일 교통 서비스가 이동통신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카드 전문업체 케이비테크놀러지(대표 조정일)는 최근 KTF와 공동으로 WCDMA용 가입자식별(USIM) 카드를 개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USIM 카드는 3세대이동통신에 사용되는 글로벌 로밍 등 기본기능은 물론이고 KTF의 기존 모바일 금융서비스인 ‘K-머스’도 함께 수용함으로써 본격적인 통신·금융 융합서비스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상생협력을 통해 KTF는 스마트 카드와 관련된 최신 핵심 기술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고 케이비테크놀러지는 보유기술을 상품화할 수 있게 됐다.
KTF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케이비테크놀러지의 스마트 카드 기술과 KTF의 통신노하우를 접목, 고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기회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장비 공동 개발=통신 단말기 업체 유니데이타(대표 이대진)는 와이파이폰(무선 VoIP폰) 분야에서 데이콤과 협력하고 있다. 와이파이폰은 무선랜(와이파이) 환경에서 인터넷전화(VoIP)를 사용할 수 있는 전화기로 최근 VoIP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독자적인 시장 형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차세대 제품. 유니데이타는 데이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보급형 단말기 기종 외에 고급형 단말기도 추가 개발, 출시할 계획이다.
통신망 장비업체 넷웨이브(대표 이시영)는 하나로텔레콤과 공동으로 동축케이블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탭(TAP)과 무선 액세스포인트(AP)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광동축혼합망(HFC)용 무선 탭 장비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기존 탭 장치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AP기능을 부가한 것으로 특정 지역내 핫스폿은 물론이고 댁내에서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협력사 맞춤형 교육=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경영 컨설팅이나 교육프로그램 운용도 상생협력 사례로 각광받고 있다. 신인증 솔루션 업체 윈스테크넷(대표 김대연)은 KT가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상생협력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중이다. 이 교육은 KT가 협력사 직원대상 사전 교육수준 진단 및 학습자 요구 사항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설계한 ‘협력사 맞춤형 교육’으로, KT인재개발원에서 올해 153개 협력사 26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협력사 정보화 지원 및 구매할당제 시행, 연구개발 공동참여 등 상생협력사업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주요 그룹사별로 기업 내 상생협력체계 구축, 협력업체 자금·기술·인력지원, 대기업 시설의 협력업체와의 공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계획중에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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