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는 핵심 부품기업 대부분이 본사공장과 불과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또 부품업체의 비용절감 효과를 납품단가 인하로 흡수하지 않고 부품기업이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 결과, 부품업체들은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도요타의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다. 부품 공급사들이 도요타에 자동차 설계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처럼 미국, 일본 등 해외 통신사업자의 구매 프로세스를 분석해 효율적인 구매진행절차를 수립할 수 있도록 정통부와 IT벤처기업연합회(KOIVA)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해외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상생협력 사례 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해외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하청대기업 및 하청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물류정보 흐름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즉각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국내는 통신사업자 계열사와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있는 단계로 향후 하청 중소기업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크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해외 통신사업자의 구매프로세스를 살펴보면 국내 통신사업자의 구매프로세스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으나, 실제로 통신 사업자별 조직 및 전산화 정도에 따라 요구 납기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 구매 단계별로 국내외 업체간 상관습 및 거래관행도 일부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해외 통신 서비스 업체의 경우 인수합병(M&A),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글로벌서비스 체제에 대응한 시스템을 구축중이며 네트워크 장비업체, 단말기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등 가치사슬 상단부터 하단에 이르는 전면적인 공급채널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OIVA는 사업기획·개발·구매계약·납품검수·대금지급 등 분야에서 10개의 구매단계별 주요 이슈에 따른 국내외 통신사업자의 차이점을 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구매프로세스상의 주요 이슈별 비교분석 결과를 각 통신사업자에게 제시해 향후 통신사업자가 적극 적용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통신사업자가 자체적으로 2∼3개 항목을 지정해 신규 대·중소상생 협력내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국내 통신 산업의 협력 분위기 조성과 중소업체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해외 통신사업자 임원을 직접 초청, 국내 통신사업자 및 중소기업 대상으로 간담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KOIVA 관계자는 “해외 주요 통신사업자들에 대한 상생협력 및 글로벌 전략 분석 결과는 국내 통신사업자와 IT중소기업간 합리적인 구매 관행의 정착은 물론이고 국내 통신 대·중소 기업의 해외 동반진출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국내 통신사업자 상생협력 이행지표
정통부와 IT벤처기업연합회(KOIVA)는 지난해부터 국내 통신분야 대-중소 상생협력 정도를 점검하는 이행지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KT·LG데이콤·하나로텔레콤·LG파워콤·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7대 통신사업자가 자체 목표를 설정하고 자체평가를 한 결과(50점)와 IT중소벤처기업 대상 설문조사(50점)가 주요 조사내용이다.
상생협력 이행지표 종합 평가결과, 1차 조사결과에 비해 2차, 3차, 4차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평가결과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에 실시된 4차 조사에서도 제품설계, 운용 품질, 고객서비스(AS) 품질, 유지보수, 가격, 재무현황 등 제품의 여러 항목들에 가중치를 부여해 평가하는 종합평가제 항목을 비롯해 결제기준 항목(현금결제확대, 실제 현금화 기간, 월간 결제횟수)과 중소기업 지원활동 항목(공동기술개발, 자금, 교육 지원 등)이 3차 조사결과보다 훨씬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일정기간 동안의 구매예상물량을 공표하는 수요예보제 항목과 유지보수기간 및 비용산정을 묻는 AS 및 유지보수 항목, 그리고 영업브로커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직거래 품목을 증가하겠다는 생산업체 직거래 항목 등은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통신사업자들이 올해 중소기업들의 자금 애로 해소차원에서 추진키로 한 안정화유보금 폐지와 관련해서는 해당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KOIVA는 그동안 기존 통신사업자 자체평가 및 납품 중소기업 설문조사를 병행하여 이행지표를 평가해왔으나 좀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외부전문가(교수·컨설턴트·기관·단체 등)로 평가위원단을 구성하고 통신사업자를 직접 방문해 상생협력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또 중소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기술혁신교육, 6시그마 교육 등 공통적인 주제를 선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해외시장에 대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구성, 운영할 계획이다.
◆기고-성공적 상생을 위한 우리의 역할
: 서승모 IT벤처기업연합회 회장
지난 6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본격적인 대·중소기업 협력을 위한 법적 기틀이 마련된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IT중소벤처기업은 이제 단순한 대기업의 조력자가 아닌 대등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위상을 충분히 갖췄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를 영위함에 있어 여러 가지 형태의 애로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발돋움했으나 대기업 중심의 성장 주도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수 개발인력 확보 곤란, 기술개발 자금 부족, 과당경쟁 심화, 해외유통망 확보 어려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보유 지재권 불인정, 계약 미이행 등도 애로사항으로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정통부·통신사업자·IT중소벤처기업 3자는 지난해 구매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공동 협의사항을 정기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4회에 걸친 자율적 점검을 통해 업계의 상생협력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상생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금결제 확대와 자금·기술·교육 지원, 수요예보제 등 일부 항목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대기업의 자발적 참여 유도를 위한 동기부여를 해야 할 것이다. 통신위의 과징금 일부면제는 좋은 예다. 또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DMB·와이브로·텔레매틱스 분야 등에 대해 지연 없는 추진력을 보여줘야 한다. 신규시장 창출을 통한 산업 활성화 유도로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 주춤하는 정책 자금 확대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기획예산처가 2010년까지 정부 보증 규모를 10조원가량 줄일 방침인 가운데 2007년도 중소기업분야 예산이 0.9% 증가에 그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통신사업자는 조직 전반에 걸쳐 상생협력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을 장기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금·기술·교육 등 꾸준히 지원함으로써 향후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대·중소기업간 문제를 법적 해결로 몰아갈 게 아니라 전문가로 구성된 IT분쟁조정위원회의 자율적 조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 갈 것을 제안한다.
중소 벤처기업은 동종 또는 이종간 컨버전스가 일반화되고 있는 예측불허의 미래를 차근차근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복잡 다양한 컨버전스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중소기업도 신기술 개발, 중소기업간 협력 등을 통한 철저한 대비로 핵심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정보통신 분야의 상생협력을 더욱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가 조금씩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중장기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smseo@cnst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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