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의 일시적인 접속 지연 또는 장애는 은행의 차세대(신) 시스템 가동 후 으레 겪는 ‘신고식’(?)처럼 발생한다. 인터넷뱅킹 이용자 3300만명 시대. 차세대 시스템 개통초기 불안정한 인터넷뱅킹은 불가항력인가. 지난 9일 시스템을 개통한 신한은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세대 시스템 개통현황=신한은행에 앞서 차세대 시스템을 개통한 곳은 지난 2004년 9월 기업은행·우리은행, 그리고 지난해 2월 외환은행 등이다. 개통 당시 이들 은행 모두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순탄치 않았다.
기업은행은 개통 당시 타 은행과 이체과정에서 시스템 충돌이 일어나 전자금융서비스를 일시 중단, 복구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어 가동에 나선 우리은행도 당일 발생한 인터넷뱅킹 장애로 고객의 원성을 샀다. 뒤이어 설연휴를 이용해 차세대 시스템 운영에 나선 외환은행도 장애가 발생, 한동안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결국 현재까지 시중은행이 개통한 4개 차세대 시스템 모두가 개통 초기 일시적으로 원활치 못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낳았다.
◇반복되는 이유=이처럼 차세대 시스템 개통은 인터넷뱅킹의 장애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다. 앞서 개통된 시스템 장애를 보고 대응을 하는데도 재발하는 격이다. 공개되는 원인도 은행별로 다르다. 하지만 가장 공통적으로 꼽히는 문제는 ‘사전 테스트 환경의 제약’이다.
대부분 장애는 은행내 시스템의 근간인 계정계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까지는 은행 공동망과 외부 인터넷뱅킹 사용자PC 등 외부 시스템과 결합이 이뤄지면서 인터넷뱅킹 서버 단에서 상당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IT담당자들은 “아무리 철저히 테스트해도 실제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거래량과 변수를 모두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시스템 가동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월별·연별 실거래량과 다양한 유형을 파악, 보완해 시스템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시스템 개통을 앞둔 은행이 금융 공동망을 이용해 다른 은행과 연계된 거래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이같은 한계를 낳는다. 이와 함께 시스템 이행이 주로 추석이나 설 연휴 기간에 기존 시스템을 중단한 뒤 이뤄지기 때문에 연휴 뒤 금융거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과부하도 요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인터넷뱅킹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면서 내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고객PC의 설정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대책은 없나=하지만 이 같은 현실적인 제약과 한계도 금융거래 서비스의 안정성 위에 설 수는 없다. 일부 고객은 “인터넷뱅킹이 이렇게 불안정하다면 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느냐”며 차세대 시스템 무용론까지 거론한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은 단순히 오래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능력과 대고객 서비스 제고를 겨냥해 대단위 투자를 동반한다.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먹듯 하고 테스트를 수 없이 해도 100% 완벽한 시스템을 장담할 수 없는 은행 IT 담당자들의 마음은 개통 후 1∼3달은 늘 새까맣다.
시스템 개통시 불안정성을 완벽히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극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통시 예상되는 거래 트랜잭션과 거래패턴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정형화 작업을 통해 시스템 환경과 테스트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필요하다면 개통 당시 폭증하는 거래량 소화를 위해 일시적인 서버 장비 임대도 대응책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은행과 각 은행간 정보공유와 테스트 공조협의도 가능하다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으로 KB국민은행·농협·하나은행·부산은행·대구은행 등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를 앞둔 은행이 많다. 개통초기 일시적인 인터넷뱅킹 장애로 차세대시스템이 평가절하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