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IT협력 사업 차질…우려가 현실로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낮 청와대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북경제협력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북한 핵실험 사태에 따른 의견을 나누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낮 청와대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북경제협력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북한 핵실험 사태에 따른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를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입주 포기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북한 핵실험에 따른 남북 IT협력 차질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도 북한 핵실험과 관련, ‘포용정책’이나 ‘대북제재’ 방침 등에 대해 시간을 두고 인과관계를 따져서 결정하겠다고 밝혀 정부의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업체들의 심리적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에도 남북경협 관계자와 동북아시대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등 지난 10일에 이어 북한 핵실험에 대응할 정부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최종 결정은 미뤄놓고 있는 상태다.

 오보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날 오전에는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치 앞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속되고 경제 제재 등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최악의 경우 남북 IT 협력사업 중단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기존 사업 차질 우려 더욱 높아져=북핵 실험 사태로 인한 사업 차질은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KT의 개성공단 통신사업 투자에 이어 정보통신부가 추진중인 u-IT 선도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가운데 지난 5월 삼성에스원과 현대유엔아이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돼 구축작업이 한창인 ‘RFID 기반기술을 이용한 개성공단 통행·통관 및 물류기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는 12월 완료 예정인 이 사업의 공정률은 이미 60%가 넘어 RFID 시스템 개발과 관련 장비의 생산·설치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이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는만큼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사업 전담기관인 정보사회진흥원은 사업 추진 일정상 이달 말까지는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 측에서 이렇다 할 만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난감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북한 핵실험 여파로 대북 제재가 현실화된다면 정부가 남북 경협사업으로 승인한 15건(1825만달러)의 대북 IT 투자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중국 단둥지역에서 SW 개발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하나비즈닷컴의 하나프로그람쎈터 등 일부 사업체는 동요 없이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부의 방침 여하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 관계자 “중단없는 지속 희망”=이날 청와대 남북경협 관계자 초청 오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대북 관련 경협사업이 중단없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기문 로만손 대표는 “자본과 기계, 공장 등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며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진출업체에 대해서 대출 축소를 지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광승 하나비즈닷컴 사장은 “북한의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람을 변화시켜야 하며 이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라도 경협사업은 지속돼야 하고 국제 상황을 무시할 수 없지만 우리가 앞장서서 중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 같은 문제를 결정할 때는 국제적 상황, 우리 정부의 판단, 국내 여론이 모두 중요하다”며 “여야 정치 지도자들과 국회 의견 등을 모두 수렴해 충분히 고려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주문정·조인혜·류경동기자@전자신문, mjjoo·ihcho·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