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skchung@mocie.go.kr)
진부한 질문이지만 전자산업은 전통산업인가, 아니면 첨단산업인가? 이 우문(愚問)의 현답(賢答)은 예상대로 ‘전통산업이자 첨단산업’이다. 전자산업의 양면성과 복합성, 도전과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전자산업은 1966년 최초로 흑백TV를 생산한 이래 선진국 제품을 모방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메모리 반도체, 휴대폰, 평판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첨단 디지털제품의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각광받을 만큼 세계적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 전자산업은 환율인하, 고유가, 원자재 가격상승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자수출 1,000억불의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이는 적기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기업인들의 안목과 결단력, 세계 최고를 향한 연구자들의 끊임없는 기술혁신, 그리고 신기술 수용에 적극적인 국민문화 등이 한데 어우러져 이룩해 낸 결실이다.
우리 전자산업은 제조업 생산의 25%, 수출의 36%를 차지하며 국내 제1의 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세계 4위의 전자생산대국으로 우뚝 섰다. 전자산업은 그 자체로서 이미 상당한 성장을 이룩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기술·산업간 융복합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또, 지능형로봇, U-헬스(Ubiquitous Health) 등 신 산업을 창출,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와 비전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컴퓨터, 가전 등은 이미 ‘레드오션’화 되고 있으며, 전체 전자수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반도체, 휴대폰, 평판디스플레이 등 수출주력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해 지속적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경우도 설계기술과 원천기술 부족으로 핵심 부품·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 기술·산업간 융복합화가 활발히 전개되어 산업영역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으나, 융합환경에 걸맞는 산·학·연 협력과 대중소 상생협력은 아직 미흡하다. 여기에 미국·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반덤핑 등 무역구제조치와 특허공세,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도전 속에서 우리 전자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약한 체질을 개선하고 차세대 신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기술리더십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향후 10년 이내 본격화되는 ‘FT(Fusion Technology, 융합기술) 혁명’에 대비,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미래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정비하는 등 `혁신형 융합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한미 FTA 등 개방과 협력의 확산 추세를 우리 전자산업 구조 고도화의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마침, 세계 최고수준의 첨단 디지털 전자기술과 제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37회 한국전자전(KES 2006)’이 17∼21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다. 국내외 6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일본(CEATEC), 대만(Taitronics) 및 홍콩(HKEF) 전자전에 이어 개최됨으로써 아시아를 대표하는 4대 전자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특히, 개막일인 17일은 ‘전자수출 1000억달러 달성’을 기념해 올해 처음 제정된 ‘제1회 전자의 날’로, 전자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이번 ‘한국전자전’이 국민 모두의 사랑과 성원으로 미국의 CES나 독일 CeBIT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전자전시회로 도약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