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 CEO 국감증인 필요한가

 오늘 시작되는 올 국정감사에 상당수 IT업체 CEO가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정무위윈회는 지난 10일 저녁 늦게 전체회의를 열어 표결 끝에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조영주 KTF 사장, 정일재 LG텔레콤 사장과 신재철 LG CNS 사장 등 이동통신3사 사장과 주요 IT 업체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는 이통3사의 부사장급을 대신 출석시키는 안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다른 증인과의 형평성을 우려해 사장단 참석을 표결로 결정했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도 키워드검색광고 부정클릭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김 제임스 우 오버추어코리아 대표, 이석우 NHN 부사장, 김남진 다음커뮤니케이션 본부장 등 국내 인터넷업계를 주도하는 기업 사장과 핵심임원에 대해 출석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사안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누구라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본다. 또 국민의 관심 사안으로 꼭 규명해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 있는 당사자를 불러 국민의 눈으로 사실을 규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해마다 국감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점이다. 특히 국감 대상이 국가 기관과 광역지방자치단체, 정부 투자기관 등으로 규정돼 있는데도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알맹이도 없는 질문을 하거나 같은 내용을 중복해 질문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증인 채택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요즘 북핵 실험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 다행히 주식 시장과 금융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긴 하지만 한반도에서 긴장은 여전하다. 기업인들은 이런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쁘다. 내년 투자 사업계획도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 국감장에 바쁜 IT업체 CEO들을 증인으로 세울 필요가 없다고 본다. 기업으로서는 CEO가 국감장에 서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당장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인의 증인 채택은 기업의 경영활동에 지장을 준다. 이번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이통 3사 CEO는 국감 기간과 해외 출장일정이 겹친다고 한다. 일정을 조정해야 할 형편이다. 이 중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월드CDMA 서밋2006’에서 기조연설자로 초청을 받은 상태다.

 정치권은 그동안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기업들이 앞장서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해 왔다. 여당은 수차례 기업인들과 간담회 등을 갖고 이를 강조해 왔다. 실제로 기업이 투자를 확대해야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러자면 기업 CEO들이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경제살리기에 앞장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침체된 우리나라 경제가 되살아나기 어렵고 청년 취업난도 해결할 수 없다.

 이통3사 CEO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무선인터넷 과금체계 및 단말기 할부보증보험료 중도완납 시 소비자 환급처리 관련 사항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인터넷업계 관계자에 대해서는 대형 포털과 중소 콘텐츠제공업체(CP) 간 불공정거래와 키워드 검색광고 부정클릭 등이 주된 이유로 알려졌지만 해당 업계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려운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만의 하나 정치권이 자신의 이해에 따라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냈다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에도 지장을 주는 일이다. 정치권은 IT CEO들의 국감증인 채택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이들의 기업활동을 돕고 경제를 살리는 일인지를 고민해야 한다.